내 몸이 가렵고 불편해도 특정 기관의 지시 없이는 손도 대지 못한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비참할 수밖에 없다.
지금 지심도 동백나무가 칡넝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거제시는 보고도 속수무책, 손을 쓸 수 없어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지심도의 현주소는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 1번지 일대다. 하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지역이다 보니 동백나무에 큰 피해를 주는 칡넝쿨 제거도 환경부와 한려해상국립공원 사무소의 협의 아닌 사실상의 허락이 필요한 현실이다.
더구나 실상은 그렇지 않지만 국내서 원시상태가 가장 잘 유지되어온 곳이라는 이유 하나만을 내 세워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이곳을 생태보존구역으로 지정, 칡넝쿨 제거조차 못하게 한다.
이 섬에 사람이 농사를 짓고 수산업을 하며 살아 온지 수백년이 되었다는 사실은 전설이 아닌 사실이다. 더구나 수년 전부터는 아름다운 동백 숲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환경부와 공원 사무소 측의 생태보존지역 지정은 섬 전체를 제대로 답사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 멋대로 갖다 붙이고 마음대로 적당히 조치한 탁상행정의 한 예는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는 지심도는 팔색조 도래지로서 칡넝쿨 제거조차 일반적인 상식으로 할 수 없어 학계 전문가를 초빙, 자문을 받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칡넝쿨이 나무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상식이다. 칡넝쿨이 엉킨 나무는 탄소동화작용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영양합성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성장에도 지장을 받는데다 극단적으로는 수목의 고사까지 초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칡넝쿨 제거로 팔색조가 오지 않는 것 보다는 동백나무가 고사함으로서 팔색조가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정해(正解)는 무엇일까,
「제아무리 생태보전지역이라도 나무는 살려야 제」, 「칡넝쿨은 걷어내야 나무가 살 제」, 지심도 사정을 전해 듣고 푸념처럼 내뱉던 어느 노인의 한 마디 말이 정답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