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병원 유치 어렵다면 기존 종합병원 확대개편 유도해야
거제시에 500병상이 넘는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시민들의 불편함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거제시에 거주하는 A씨는 쌍둥이 자녀를 부산에서 낳았다. 출산에 필요한 의료장비를 갖춘 산부인과가 거제에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쌍둥이를 임신해 조기출산의 가능성이 컸다. 조기출산을 하면 신생아를 위한 자가호흡 인큐베이터가 필요했다.
B씨는 암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B씨의 어머니는 거제지역에서 수술이 어려워 서울까지 가야했고 지금도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통원치료를 받는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거제가 아닌 먼 도시까지 가서 대수술을 하고 후속치료를 위해 당분간 오가야하니 번거롭다.

3차 병원 없는 지역…사망률 높아
거제시민들은 상급 종합병원에서만 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멀리 대도시로 나가야 한다.
현재 거제지역에 종합병원이 3곳 있지만 모두 300병상 이하의 2차 병원에 속한다. 3차 병원인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비슷한 크기의 도시에 비해 종합병원 병상 수에서도 크게 밀린다.
2014년 기준 거제시 종합병원 3곳의 총 병상 수는 732개인 반면, 경상대병원이 있는 진주시는 1418병상이고, 양산부산대학병원이 있는 양산시는 1721병상을 확보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도시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중증질병 대부분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
2004~2014년 건강보험 입원자료 약 80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사망률은 간·폐·심장 이식 등이 필요한 중증질환의 경우 1.88배, 대동맥판막·중증화상 등 주요 수술에서는 1.44배가 높았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전체 평균 사망률에서 1.28배의 격차가 벌어졌다.
지자체 유치노력에 대학들 '마이동풍'
거제시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상급종합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학병원 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해왔다.
대학병원 분원이 들어서면 지금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용 헬리콥터를 통해 본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창원경상대학교병원이나 해운대백병원·여의도성모병원이 모두 상급 종합병원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준다.
그렇지만 거제시의 대학병원 유치노력은 아직까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에 동아대와 동아대의료원 거제분원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지만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 수
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어있고 여기에다가 이른바 빅5라는 서울의 초대형 병원이 전국의 의료수요를 빨아들이고 있어 지역 거점병원의 수익성이 나빠진 까닭이다.
게다가 통념과 달리 인구대비 종합병원 병상 수는 지역보다 수도권이 훨씬 적다. 2014년 서울의 종합병원 병상 수는 5만2317개로 대한민국 전체의 15.9%밖에 안 된다.
경기는 총 5만6729병상으로 전체의 17.3%, 인천은 1만3711병상으로 4.2%만을 점유해 수도권의 병상은 전국 대비 37.4%에 불과하다. 향후 5년 안에 수도권에는 대학병원 5곳이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지만 지역은 그렇지 못한 이유다.
2010년 이전에는 순천향병원, 차병원 등 사립대학병원들이 경북 구미, 충남 천안 등에 분원을 설립하기도 했지만 이제 다 옛날 얘기가 됐다.
기존 종합병원 확대개편도 필요해
거제뿐만 아니라 수도권 밖의 여러 지자체가 대학병원 유치를 희망하지만 성공한 곳은 110만도시 창원과 부산경제권의 일부인 양산 정도다.
인구 53만인 김해시조차 동아대와 인제대를 위해 병원부지까지 각각 마련해놨지만 인제대는 이곳을 놔두고 2010년 부산 해운대에 5번째 병원을 열었다. 이밖에 평택·김포·충주·여수 등이 대학병원 유치를 원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거제가 대학병원을 유치하기 어렵다면 기존 종합병원의 확대개편을 유도하는 방안도 있다.
연초면 맑은샘병원은 가까운 미래에 500병상으로 증축하고 응급의료센터를 구축해 거제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겠다는 각오다. 산업도시인 거제에 응급의학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면서 산업재해 및 교통사고 등을 겪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맡는다.
맑은샘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센터와 함께 심뇌혈관센터가 설치되면 시간과의 싸움인 급성심근경색·협심증·뇌출혈 등 환자들이 다른 도시로 후송되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며 "응급환자를 다른 도시로 후송하는 시간 및 비용손실을 최소화해 거제를 의료선진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장승포동 대우병원은 지난 2015년까지 병원시설 개선 3개년 계획을 세워 모든 병동의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상문동에 있는 거붕백병원도 2019년까지 총 1000억 원을 투입해 병원 증축과 리모델링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3단계로 나눠 진행하는 계획이 성사되면 현재 300병상인 병원 크기가 500병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