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신고 많아 실제 화재출동도 연간 800건
거제소방서 비긴급 119신고 대처 생활구조차 따로 운영 시작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도 119신고를 남발해 정작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에 지장을 주는 일이 거제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거제소방서(서장 김동권)는 지난 8일과 9일 주말동안에 모두 97건의 출동상황이 발생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구하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는 모든 신고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고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귀찮거나 비용을 아끼려고 119에 신고를 남발하면 긴급상황에 잘 대처하기 어렵다.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집 앞길에 로드킬 당했으니 치워달라,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해 시끄러우니 꺼달라, 맨홀에 자동차키를 빠트렸으니 꺼내달라 등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신고사례가 많다.

인구대비 긴급출동 수요 많은 거제
거제는 인구대비 화재 및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경남에서 단연 1위다. 해마다 거제시에서는 2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한다. 소화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만 화재로 취급하므로 실제 화재출동은 연간 800건에 달한다.
거제보다 인구가 많은 김해시 및 진주시와 발생 건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휴대전화의 대중화로 지나가다가 연기만 나면 신고하기 때문에 출동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그나마 발신자 추적기술의 발달로 장난신고는 많이 줄었다.
거제는 도농 복합도시의 특성이 있어 면지역과 동지역이 모두 화재 빈발지역이다. 농촌에서는 공장 화재 및 불법소각 등으로 인한 화재가 많고, 동지역은 영세상가 전기합선 등으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골든타임'을 넘기면 위험한 상황은 화재 말고도 교통사고와 자살시도 등 다양하게 벌어진다. 자살을 예고하고 휴대전화를 꺼버려 위치추적된 주변을 뒤지는 경우도 있고, 음주상태에서 차를 몰고 역주행하거나 차로 한 가운데에서 잠드는 사람도 있다.
지난 12일 오후 1시23분께 하청면의 한 마을에서 80대 독거노인이 집 안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지만 사망했다. 나중에 쇼파에서 재떨이가 발견돼 음주상태로 담배를 피다가 잠들은 것으로 추정된다.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급한 신고상황부터 출동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현장에 가보기 전까지는 화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신고자가 얼마나 위급한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얼마 전 추운 겨울에 안방 문이 안 열린다고 해서 가봤더니 자폐아 아들이 문을 잠그고 보일러를 꺼버려서 동사 위험에 처한 위급 상황이었다. 어머니가 울면서 고맙다고 매달리는데 나도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소방인력의 고충 이해하는 시민의식 필요
급기야 거제소방서는 급증하는 비긴급 119신고에 대처하고자 생활구조차를 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만성적인 인원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운용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
거제소방서 관내에 6개 센터와 2개 지역대가 있지만 상시 근무인력 10명을 채우는 센터가 없다. 옥포센터의 경우 37명 정원이지만 실제 근무인력은 31명이다. 이 인원이 3교대로 움직이고 교육과 훈련도 수행한다. 쉬는 날은 온전히 지키지 못한다.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처우개선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인원이 가장 중요하다. 차량 등 장비가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2인1조로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 스스로의 안전규칙을 못 지킬 때가 많다"며 "예산이 한정돼 단기간에 인원확충이 어렵다고 한다. 119 번호를 누르기 전에 소방 직원들의 고충을 조금만 이해해주면 좀 더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