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동케이블카 사업시행사인 거제관광개발(주)이 케이블카 공사의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가진 돈을 거의 다 써버려 빈껍데기 회사로 전락했다.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관광개발(주)는 수차례 증자를 거쳐 자본금 32억5000만원의 회사가 됐지만 이 돈을 대부분 써버린 상태다. 자본금 외에도 소진된 비용이 있어 거제시에서는 총 55억원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에는 거제시가 준 6억5000만원도 포함된다.
거제시에 따르면 소진된 자금은 토지매입비와 인건비, 그리고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비 등으로 쓰였다. 먼저 케이블카를 설치할 땅을 사는데 18억원이 들어갔다. 그리고 직원 및 용역을 위한 인건비, 그리고 투자유치를 위한 활동비로 나머지 돈이 사용됐다고 시는 밝혔다.
시의회, "능력 없는 사업자에 거제시가 끌려다녀"
시의회 등 지역정가에서는 "그간 대표이사를 맡은 사람만 4명이 되는 등 사업시행사가 능력이 없으면 허가를 취소해야하는데 거제시가 7년째 끌려다니기만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동케이블카 사업은 당초 올해 3월 준공 예정이었다. 학동고개와 노자산 전망대를 잇는 총 연장 1.9㎞에 8인승 곤돌라 52대를 운행해 시간당 2000명, 하루 최대 1만8000명을 수송할 계획이었다.
지역정가에서는 사업이 지지부진한 동안 써버린 돈이 너무 많다고 보고 횡령 등 비리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용역비만 12억을 썼다고 하는 등, 책정됐던 비용이 과도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거제관광개발(주)의 강대오 대표가 서울을 오가며 금융권과 접촉해왔지만 활동비 명목으로 자금을 소모한 반면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거제관광개발(주)의 주주들은 서로 횡령 등의 이유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 "새 사업자 찾아 사업 계속 추진"
거제시는 사업을 취소하지는 않고 거제관광개발(주)의 사업권 또는 주식을 인수할 사업자를 찾고 있다. 그러면 새 사업자는 땅값 말고도 거제관광개발(주) 주주들에게 웃돈을 줘야 사업권을 얻을 수 있다. 새 사업자에게 달갑지 않은 조건이다.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시가 찾은 새 사업자는 당초 8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거제관광개발(주) 몇몇 주주가 100억을 요구했고 새 사업자는 다시 90억원을 제시했다.
그래서 몇 명이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주주들이 있어서 타결되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현 대표는 여전히 투자유치를 통해 사업을 직접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 "기존 사업자에 보상해주며 투자할 곳 없어"
학동케이블카 사업이 이렇게 난항을 겪자 일각에서는 사업성 자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거제가 시간만 허비하는 동안 통영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에서 이른바 '대박'을 거두었고 이어서 '루지'와 연계해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관광업계에서는 학동케이블카가 통영케이블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가운데 '골든타임'까지 놓쳤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 자본유치가 어려운 것도 충분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거제시 관계자는 "케이블카는 사업에 성공해도 자금 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사업시행사의 능력을 꼼꼼히 살피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시행사가 자본유치에 실패하고 있지만 사업성 자체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거제관광개발(주)의 A 대표는 "지금 사무실에 있지만 곧 서울에 가야한다.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취재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