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
넛지(nudge)
  • 거제신문
  • 승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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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역에 내려 출구로 나가려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나란히 있다. 승객들 대부분은 편안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옆의 계단은 있으나마나 할 지경이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던 계단에 피아노 그림을 그리고 계단을 밟을 때마다 LED조명이 들어오면서 소리가나게 만들었더니 이용객이 늘기 시작했고 이제는 명소가 됐다. 계단을 걸으면 재밌을뿐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에너지 절약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지하철을 타면 옆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민망할 만큼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남자 승객은 꼴불견이다. 그러지 말라고 안내방송이 나와도 들은 척도 안한다. 이때 의자 앞바닥에 사람 발 크기의 원이나 신발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았더니 승객은 자연스럽게 거기에 발을 맞추어 앉았다.

남자들이 화장실에 가면 소변기 위쪽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또는 '한 걸음만 더 가까이' 같은 글귀를 보게 된다. 소변이 변기 밖으로 튀는 것을 줄이기 위한 방편인데 글을 읽어도 별로 효과가 없다. 그런데 소변기에 파리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았더니 남자들은 파리를 겨냥해서 소변을 누게 되고 그 결과 밖으로 튀는 소변량의 80%를 줄였다는 암스테르담 공항의 사례가 이제는 일반화 되다시피 됐다.

은행에 가서 번호표를 뽑아 순서를 기다려 현금을 인출하는 번거로움을 현금인출기가 대신해준다. 전에는 현금을 인출한 후 카드를 꽂은 채 깜빡 잊고 그냥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카드를 먼저 뽑아야만 현금이 나오도록 시스템을 바꾸었다. 카드와 현금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뽑는지에 대한 순서만 바꾸었는데도 카드를 꽂아두고 나오는 일이 없어졌다.

이렇게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넛지(nudge)'라 한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시 시키다'는 뜻과 같다. 상대에게 처벌이나 규제, 또는 물질적 보상 없이도 단지 팔꿈치로 툭 한번 치는 것으로 어떤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넛지야 말로 의미로운 가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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