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든 어른들, 당당해진 '청소년 흡연'
움츠러든 어른들, 당당해진 '청소년 흡연'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7.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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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청소년 흡연율은 감소, 금연 클리닉 등록은 증가
시보건소·거제교육청 "청소년 흡연절감 노력은 하지만"
흡연 청소년 "'무조건 안 돼' 보다 확실한 동기부여 필요"

#1. 고현동 거제중앙로 작은 골목.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무리가 주차장에 모여 담배를 핀다. 지나가는 어른들 모두 눈을 흘길 뿐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는다.

#2. 장승포동 두모교차로 인근 운동장. 인적이 드물어진 시간에 무리 지어 학생이 담배 피고 있다. 이곳은 이 지역 청소년 또래들만 알고 있는 흡연 장소다.

#3. 옥포동 A아파트 놀이터. 어둠에 가려진 곳에 붉은 빛이 가끔씩 보이고 말소리가 들린다. 밤 10시가 돼가는 시각 교복을 입은 채 담배 피는 학생들의 무리다.
 

청소년 흡연자들이 지역 곳곳에서 쉽게 발견이 돼 청소년 흡연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관인 거제시보건소·거제교육지원청·거제경찰서가 금연 캠페인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지만 실제 청소년들의 흡연을 목격한 어른들 무관심이 청소년 흡연 노출에 한 몫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내 주변에서만 이뤄지는 금연 캠페인이 아닌 교외지도도 병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당당하게 길에서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

청소년들이 밀집하는 지역마다 무리 지어 담배 피우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발견된다. 어른들이 지나가도 피하거나 담뱃불을 끈다거나 끄는 시늉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형식씨(39·고현동)는 "교복까지 입고서 당당하게 피우고 있는 학생들에 기함할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뭐라 하기도 쉽지 않다"며 "사실상 애들이 무리 지어서 담배 피우는 장소에는 먼저 피하고 마는 게 부끄러운 오늘의 어른들 모습이다"고 말했다.

자녀가 고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고 밝힌 김정훈씨(49·옥포동)는 "대학생이 돼서야 흡연 사실을 밝히며 고등학교 때부터 피웠다는 아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며 "내 애보다 어린 학생들이라 해도 덩치가 어른만 한데 다가서기도 어렵다"고 고백했다.

어른들이 지적하지 않고 피한다는 건 흡연하는 청소년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장×진군(17·고현동)은 "쳐다보는 시선은 느끼지만 나무라는 사람은 여태 한 번도 없었다"며 "처음은 호기심이었고 지금은 어울리는 친구들과 과자를 사먹고 노래방을 가는 것처럼 같은 의미다. 언제든지 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역시 어른들에게 지적 받은 적이 없다던 박×정양(18·장승포동)은 "처음엔 나쁜 짓을 하는 것만 같아 숨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나만 하는 게 아니고 내가 못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되려 숨어서 피면 잘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꼴이다"고 말했다.

오히려 흡연을 옹호하는 학생도 있었다. 오×현(19·장평동)군은 "담배 피우면 문제아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다른 문제다"면서 "어른들도 담배 핀다고 나쁜 어른이 아니듯 흡연은 청소년 성장기에 좋지 않고 건강에 우려가 있기 때문에 못 피게 권장하는 것뿐이다"며 주장했다.

경남도 청소년 흡연율 남학생 11.9%, 여학생 2.1%…실제수치는 이보다 높을 듯

2016년도 청소년 온라인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경상남도 청소년 흡연율은 남학생 11.9%, 여학생 2.1%로 수치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청소년들이 직접 온라인에 참여해서 나타난 결과이고 실질적으로는 그보다 많은 15% 이상은 될 거라는 게 교사들과 청소년들의 의견이다.

조×민(19·옥포동)군은 "온라인이 나를 숨길 수 있어 솔직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되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알 수가 없으니 대충 하는 애들이 대다수다"며 "온라인에서 12%가 나왔다면 15%, 많으면 20% 이상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유(18·장승포동)양은 "친구들끼리도 흡연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상에서 솔직하게 밝히는지 의문이다"며 의견을 더했다.

A고등학교 교사는 "가끔 담배를 피우다 걸리는 학생들이 있지만 과연 우리 학교에 이 아이들뿐일지에 대한 의문은 늘 있다"며 "남학생 12%라는 조사결과가 거제에는 얼마나 해당할지는 알 수 없는 거다"고 말했다.

강압적 지도 무리…담배 판매업자 의식 강화

B고등학교 교사는 담배 피우는 반 아이 때문에 되려 학부모의 항의를 받았다. "최근 학생기록부가 중요해지면서 혹여 담배 피우는 행위가 학생기록부에 영향을 미칠까 선생에게 흡연 사실이 들켰다는 것을 알자 먼저 화를 내고 얼굴 붉히는 학부모도 있었다"며 "시대 분위기가 달라져 강압적 지도도 무리라 자율적으로 금연캠프나 금연클리닉 등록을 권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적 있다는 김×오(19·장승포동)군은 "금연클리닉 가는 경우는 자발적인 애들도 있는데 부모님께 흡연 사실을 들켜서 강제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며 "부모님들께 흡연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게 흡연하는 애들끼리 최대 목표라 할 만큼 그 공감대로 또 어울린다"고 밝혔다.

거제시 보건소에 따르면 현재 거제시 금연클리닉에 청소년 등록자 수는 142명으로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거제시보건소 건강진흥과 관계자는 "전체적인 청소년 흡연율은 줄고 있고 금연클리닉 등록자 수는 증가한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보다 시각적이고 체험적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효과적으로 금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청소년에 담배를 판매하는 업체부터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담배판매업자가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았을 시 신고나 고발이 되지 않으면 법적 처리가 되지 않는다. 행정에서도 청소년 보호법에 위반됐다는 사실이 인정됐을 때만 영업 정지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거제교육청 관계자는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한 캠페인과 함께 판매업자 지도 단속이 동시에 이뤄지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신고 조치 뿐 아니라 담배 판매업자의 의식 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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