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성희롱 위험 '사각지대'
공직사회 성희롱 위험 '사각지대'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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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장치 미흡, 무기명 투서로…진실공방에 앞서 직장 내 性의식 개선

지난 13일 송미량 거제시의회 의원실에 거제시 공무원 조직 내부의 성희롱과 여성 폄하발언 등의 무기명 투서가 도착했다. 투서는 여성 공무원들의 성적·업무적 희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정기적인 무기명 고충상담 접수와 여성공무원들을 향한 성적 농담과 욕설 사용자에 징계, 회식 중 발생하는 성희롱과 폭력 사용자에 징계, 여성공무원의 술자리 참석 강요 금지, 업무공백기간에 대한 인신공격과 욕설하는 상급자 징계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특히 회식 중 술을 강제적으로 권하고 인사불성 상태에서 자행되는 성추행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사실은 다음날인 14일 시청 공무원들 사이에 알려지며 투서의 진실성과 당사자를 찾는 공방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몇몇 여성 공무원들은 투서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만 관심을 가지는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7급 공무원 A씨는 "동료들이 사안의 본질보다 투서를 보낸 사람만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며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며 "그것보다는 투서에 나오는 성희롱 및 부조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전수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7급 공무원 B씨는 "성희롱은 개인적 주관 차가 크지만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경중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한 번에 그쳤다면 당사자도 그냥 넘어갔을 수 있겠지만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회식 자리에서 사생활과 관련된 성적 발언이 희화화하듯 자행되는 점은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동조했다.

6급 공무원 C씨는 "10~15년 전만 해도 남성 중심적인 공무원 사회 문화가 더욱 심했고 양성평등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말이었다"며 "현재 많이 개선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문제가 대두된 것은 본인뿐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용기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9급 공무원 D씨는 "입사 초기 사람 간의 관계 설정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깨동무나 토닥임은 불쾌감을 일으키기 충분하다"며 "당사자가 불쾌하고 부담스러웠다고 얘기하면 역정을 내는 대신 사과부터 해야 하는데 경직된 조직에서 윗사람이 사과를 먼저 하는 경우는 보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송미량 시의원은 "제도가 있어도 보완이 미흡하니 투서를 보낸 게 아니겠나. 담당부서인 여성가족과와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 불평등 및 직장 내 성희롱의 실태를 파악해 대책마련을 할 수 있도록 의논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서의 진실유무를 떠나 이제는 공직사회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옥미연 여성가족과 과장은 거제시에서 직장 내 고충상담을 활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현재 거제시는 행정과 송황 계장과 여성가족과 강은희 계장이 각각 남녀 직원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17년 직원 폭력예방 교육이 지난 달 28일에 열렸고 열린 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옥 과장은 "거제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가끔씩 대두되는 '직장 내 성희롱'을 개선해나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여성공무원을 대상으로 현 실태 및 기명조사를 실시해 거제시 공무원의 실정이 그렇다는 답변들이 제기되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징계기준에 의한 성희롱은 파면부터 견책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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