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칼바람’에 복지시설 ‘꽁꽁’
선거법 ‘칼바람’에 복지시설 ‘꽁꽁’
  • 거제신문
  • 승인 2007.12.13
  • 호수 1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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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규정 탓 지도급 인사 후원 주춤

간식·김장 경비 대폭 줄이는 등 초비상

오는 1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내년 4월9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가 이웃 정을 앗아 갔다.

정치인의 기부행위 상시제한이라는 공직선거 관련법이 간간이 이어지던 후원의 손길까지 끊어져 일부 시설은 원생들의 간식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는데다 고기반찬을 맛본지도 수개월이 넘었다.

특히 올해는 채소 값이 비싸 일부 시설의 김치 담그기는 예년의 1/10 수준에 머물러 겨울나기조차 걱정이다. 그간 사회복지시설 후원은 지역 지도자급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총선 또는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 대부분도 이들이어서 기부행위 등 공직선거법 일부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최근 선거 역풍으로 운영난에 시달리는 지역 사회복지시설 실태를 취재했다.
 
■ 사회복지시설 실태

현재 거제 지역에는 양로시설 거제사랑의 집을 비롯 노인 전문 요양시설 솔향 등 7개의 노인시설을 비롯 애광원, 민들레집 등 16개의 장애인 시설, 성로육아원, 성지원 등 6개의 아동시설, 거제성폭력상담소 등 2개의 여성시설, 기타 종합복지관, 거제자활후견기관 등 33개의 사회복지시설이 8백13명의 인원을 수용 및 위탁관리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민들의 후원 손길이 줄어 일부 시설은 간식 제공을 전면 중단했다.

또 일부 시설은 간간히 제공하던 고기반찬도 최근에는 단 한 차례도 제공하지 못했다.

현재 52명을 수용하고 있는 동부면 오송리 반야원(시설장 전진주)의 경우 올해 후원의 손길이 예년의 50% 수준에 머물러 간식부분 경비를 크게 줄이고 연말 계획했던 시설보강은 내년으로 미뤘다.

장애인 10명의 공동생활가정 연초면 송정리 베데스다의 집(시설장 곽경숙)과 장애인 13명의 연초면 연사리 작은 예수의 집(시설장 신선학), 실로암 등도 각종 행사를 축소하고 간식도 줄였다.

특히 장애인 13명의 공동생활가정 파랑포 작은 예수의 집(시설장 경재옥)은 최근 후원의 손길이 끊겨 수개월째 고기반찬은 구경조차 못한 채 단골메뉴 대부분이 풀 반찬이다.

후원금이 끊기자 일부 시설은 시장에서 콩을 사와 청국장으로 만들어 다시 시장에 내다 파는 계획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금을 만들어 낼 궁리까지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지역 내 일부 시설은 올 김장 담그기도 예년의 10~30% 수준에 그쳤다.

거제시 자원봉사센터(회장 이형철)의 경우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우리사회 사각지대 노인 1백20명을 비롯 점심제공 노인 80여 명 등 총 2백명을 지원하지만 올해 김장 담그기는 예년의 1/10 수준인 배추 2백포기가 고작이다.

■ 애매한 법규가 문제

공직선거법 제86조(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제2항 제4호는 법령에 의해 설치된 사회보호시설중 수용보호시설에 의연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중증장애인에게 자선, 구호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장애인복지법 제48조(장애인 복지시설)의 규정에 의한 장애인 복지시설(유료복지시설 제외)에 의연금품, 구호품을 제공하는 행위, 불우청소년 등에 대한 후원, 재해구호기관, 단체에 구호금품 제공, 국가기관 구호단체의 후원행사에 금품제공, 자선기관, 단체에 의연, 구호금품 제공, 근로청소년 대상 무료학교 운영 등의 행위는 무방하다고 돼 있다.

그러나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 단체, 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 단체, 시설에 대하여 금전, 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등의 기부행위는 상시제한 토록 하는 등 까다롭고 애매모호 한 규정도 없지 않아 자칫 잘못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대부분의 인사들은 기부행위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J모씨는 “원생들의 간식비 조달을 위한 현금을 만들 방법이 없어 시장에서 콩을 구입, 청국장으로 만들어 팔 계획을 세우지만 이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역 내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은 신민들의 따뜻한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생활시설 M의 집, 김모 시설장은 “제17대 대통령선거가 어렵게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을 더 어렵게 한다”며 “선거법 손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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