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원유 유출 사고로 백사장 전체가 기름으로 새까맣게 뒤덮인 충남 태안군 기름 피해지역 소식을 듣고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꼭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 자원봉사 신청을 해서 태안까지 가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고, 어떡하나 어떻게 가지, 차일피일 고민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사내 봉사자와 일반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한치의 주저함없이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14일(금) 밤 11시 40분까지 매립지로 삼삼오오 자원봉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몇 명이나 갈까 버스 한 두대 정도 가겠지 생각하고 매립지로 갔던 나는 도대체 버스가 몇 대야. 대형버스가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원봉사자 신청이 700여명, 버스가 16대가 출발한다는 것이다. 큰 재난을 당했을 때 하나로 단합되는 우리, 이 모습이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겠지.
이렇게 작은 희망의 손길 하나하나가 서해안으로 모여서 사고해역도 금방 복구되겠지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행복해지면서 어두운 밤 태안으로 가는 버스 안은 훈훈한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또한번 놀란건, 따뜻한 아침식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게 일류기업의 힘이구나, 6시간을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힘이 따로 있는 게 아니였던 것이다.
빗줄기도 오락가락, 따뜻한 국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자 기운이 절로 솟는 듯 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각 조별로 구역을 나눠 기름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겨울바다가 원래 그렇겠지만,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닷가의 그 황량함이란 어찌 말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내년 여름 관광객 맞을 채비를 하던 공사 현장들이 그대로 중단되어 있었고, 영업집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준비해온 흡착포로 기름 묻은 해안가 돌들을 닦아내는 일이 시작됐다. 700여명의 자원봉사들이, 모두 하나의 마음으로 닦고 또 닦고 정말 열심히 닦았다.
시꺼먼 기름범벅의 돌들이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서 다른 곳으로 피해가 확산되지 말아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간절했으며, 바닷가 기름 돌 닦는 작업이 끝나자 고여 있는 원유를 퍼서 나르는 작업이 계속 되었는데, 어찌나 손발이 척척 잘 맞는지~ 미약한 우리의 힘이 보태져서 의항리 해안가도 곧 조금씩 제 색깔을 찾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뿌듯함에 새록새록 기운이 다시 샘솟는 듯 했다.
이렇게 오전 8시부터 시작된 기름제거 작업은 오후 4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이 났고, 하루종일 진행된 기름제거 작업에도 피곤하거나 힘든 기색하나 없이 자원봉사에 참여한 오늘의 봉사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 기름 묻은 돌을 닦아낸 나 자신에게도 잘했다고 등 두드려 주고 싶다.
태안에는 지금 사람으로 넘쳐난다고 한다. 벌써 10만이라는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가면서 태안 앞바다를 빠르게 복구시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때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태안 해안가 어딘가에 내가 열심히 닦은 돌들이 금빛으로 해안가를 빛내겠지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서해안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15일 태안군 의항리 해안가 일대가 대우조선해양의 녹색 방제복으로 물들었던 것처럼 서해안이 하루빨리 녹색의 아름다운 바닷가로 되살아나길 기대하면서, 대우조선해양에서 2차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나처럼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하나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계신다면, 대우조선해양에서 진행하고 있는 2차 자원봉사자 모집에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