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큰 돈을 번 사업가가 남미로 휴가를 갔다. 가서 보니 그 지방 사람들이 게으르기 그지없었다. 사업가는 불쌍한 그들을 위해 주민들을 모아 놓고 부자가 되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낮잠도 자지 말고, 열심히 물고기를 잡으면 돈이 되고, 돈이 모이면 큰 배를 사고, 더 많이 잡은 고기로 생선공장을 차리고 이 생선공장에서 생산되는 브랜드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였다.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어부가 물었다. 「그렇게 큰 돈을 벌고 난 다음에는 뭐하죠?」 그러자 사업가가 말했다.
「그 다음은 한적한 시골에 살며 실컷 늦잠도 자고 친구들을 불러 낚시도 하면서 놀면 된다.」 그러자 어부는 뭐 별거 아니라는 투로 「내가 지금 그러고 있는데 돈 벌 일 없어」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슨 전투에 임하는 용사처럼 살고 있다.
남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갈 욕심으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는 「빨리 달려가면 갈수록 삶이 여유로워지기는커녕 더 빨리 달리라고 채찍질 당한다」고 했다.
바쁘면 바쁠수록 더 바빠지는 게 관성의 법칙이다. 그로 인해 게으르게도 살 수 있는 인간의 권리마저 빼앗겨 버렸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본디 우보만리(牛步萬里:소걸음이 만리를 간다)의 여유를 지니고 살아왔다. 그림에는 여백을 중시했고, 노랫가락도 서두르는 장단이 없다.
이번에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받은 전라남도 4개 지역(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장흥군 유치면, 담양군 창평면)이 바로 우리네가 살아온 바로 그 모습이다.
무한한 속도경쟁의 디지털보다 느리게 사는 맛의 아날로그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 달밤에 하릴없이 거닐어도 보고, 시장가는 재미도 느끼고, 우체부를 기다리는 설렘도 만들어 보자.
가끔은 우리네 삶을 달팽이걸음으로 살 필요가 있다. 이걸 올해의 화두로 잡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