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면 방하리 소재 청마 유치환 선생의 기념관이 오늘(2일), 새 역사를 시작했다.
지금 통영에서는 “청마는 친일파 시인이 아니다”라는 통영 예총측과 “청마의 친일은 명백하다”고 주장하는 시민연대 간의 설전(舌戰)이 뜨겁다.
시민연대 측은 일본 와세다 대학에 보관돼 있는 ‘만선일보’에는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청마의 글이 남아 있는데다 그가 만주에 머문 6년 동안 ‘대동아공영’의 이상을 그린 다섯 편의 부왜(附倭) 시문을 남겼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곳 거제사람들은 청록파 시인 청마가 부왜 시문을 남긴 친일파 시인이든 아니든, 또한 그 어디서 청마 관련, 어떤 토론회를 열든 말든 상관 않는다.
청마가 오로지 이곳 출신이라는 점과 우리들의 가슴에 와 닿는 주옥(珠玉)같은 시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를 추모하며 또한 그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날 청마 선생의 장녀 인전씨를 비롯, 차녀 춘비씨, 막내 자연씨 등 그의 가족들이 보관 중이던 청마의 모든 유품도 통영이 아닌 이곳 거제에 모두 기증했던 점도 우리는 결코 간과(看過)하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우리는 최근 소설가 복거일 선생의 주장에 더 큰 무게를 실어 주는지도 모른다.
“▲친일행위들은 또렷이 정의가 어렵고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친일행위들과 친일파들에 대해 그 죄과를 묻고 판결을 내릴 만한 법적 도덕적 권위를 지닌 것도 아니며 ▲그런 판결이 우리사회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청마 탄생(1908년) 100주년 기념사업을 목전에 두고 친일파 논란, 학술토론회까지 개최되는 상황에서도 착오 없이 문을 연 청마 기념관은 변치 않는 거제사람들의 ‘청마 사랑’을 대변하는 것 같아 그 의미를 더 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