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관중(管仲)과 더불어 제나라의 명재상으로 안영(晏 : ?~BC 500)이 있다.
안자로 불리는 그의 사생활은 얼마나 검소하였든지 한 벌의 여우 가죽옷을 30년간이나 입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그에게는 건장한 마부가 한 명 있었다. 이 마부는 자기가 많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호령하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 자기 부인에게 오늘 내가 재상 어른을 모시고 저잣거리를 지날 것이니 구경이나 하라고 일러준다.
그날 저녁 마부는 곧바로 집으로 달려와 당신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이제는 알겠느냐는 투로 으스댔다.
그런데 부인은 싸늘하게 말했다. 「권력자의 호화로운 마차 위에 앉아서 호기를 부리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나는 창피함을 느꼈다. 키가 6척도 못되는 안영이 초라하게 앉아 있지만 일국의 재상이고, 앞에 앉아 호령하는 8척 장신의 당신은 훌륭해 보이지만 그래봤자 마부일 뿐인데 우쭐거리는 그 오만한 태도가 오히려 불쌍해 보였다. 나는 그 못난 사람의 부인이라는 게 더 속이 상해」
부인의 서릿발 같은 지적을 받은 마부는 그날로부터 교만은 사라지고 겸손해졌다. 안영이 달라진 마부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내 이야기를 했다. 안영은 마부 아내의 내조지현을 높이 사 마부를 천거하여 나중에 대부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편에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이 나온다. 북방의 국가들이 초나라의 신하 소해휼(昭亥恤)을 유난히 두려워했는데 사실은 소해휼의 뒤에는 막강한 병력을 지닌 초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마치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데 그 어원이 있다.
이제 대선도 끝났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도 시작되었다. 권력의 변방에서 핵심의 신주류로 떠오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들이 마치 안영의 마부거나 여우의 거들먹이 아니기를 바란다. 진실로 마부의 부인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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