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
진정한 사랑
  • 거제신문
  • 승인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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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 하타사와 세이고, 구도 치나쓰 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제목은 볼수록 인상적이다. 우리는 대체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의 부모얼굴이 궁금해지는 걸까? 아이가 공부를 잘할 때, 아니면 너무 예쁠 때?

내 예상과 달리 소설은 비극적 사건으로 시작된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중학교인 세이코 여자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자살했다.

아이는 옆반 친구·담임·아르바이트 동료·자신의 어머니에게 총 4통의 유서와도 같은 편지를 남긴 채 조용히 자살했다. 자살한 마치코라는 아이에게 벌어진 일은 도시락에 진흙 넣기, 체육복을 음식물 쓰레기양동이에 넣기, 신발 숨기기, 돈 뜯기, 원조교제 강요 등의 끔찍한 학교폭력이었다. 이것들은 어른들에게 알려진 것일뿐 어른들이 모르는 일은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편지에 적힌 가해학생 5명의 부모를 소집해 대책회의를 연다.

최근 연일 학교폭력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가해자들을 비난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만약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면 기사를 읽었을 때와 동일한 반응을 보일수 있을까. 특이하게도 이 소설속에 아이들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가해자 부모들의 대화만으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소설 속 가해자 부모들도 모든 잘못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 위해 애쓴다. 아이가 즐긴 것은 아니냐, 스스로 원조교제를 원했던 것이 아니냐, 단순한 장난이었다 등 차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자신의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정의를 외면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소설이 단순히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폭로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부정한 것에 대처하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정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물음도 함께 던져준다.

어쩌면 내 아이가 가해자일 때 더 불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도덕적 신념·동정심과 같은 인간적 가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의는 지켜져야만 한다. 잘못을 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은 뒤 마음이 답답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캄캄한 결말이었다.

이다솔(하청중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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