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까지 완전방제 목표
나무상태와 확산속도 관계없어

지난 25일 동부면 오송리 야산에서는 소나무 재선충병(이하 재선충) 방제 작업이 있었다. 이날 작업은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내 부수는 일을 했다.
산림방제계 김우성 주무관은 "이전에는 약을 뿌리고 비닐로 덮는 방법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파쇄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제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작업에 참여한 홍모(52·상문동) 씨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피해 면적이 워낙 넓어 깊은 산에 있는 나무는 손을 대기 어렵다. 게다가 왜 작업하는지를 뻔히 알면서도 '내 산에 있는 나무를 베지 말라, 과수원 옆에서 작업하지 말라'며 방해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거제지역은 재선충 피해의 중심에 있다. 한때 거제는 재선충 방제를 포기하려고 했다. 연초면 오비리에서 지난 2001년 감염목 3그루가 발견된 이후 2007~2008년에 피해목이 30만그루에 육박했다. 차라리 거가대교와 거제대교 2곳을 통제해 육지로 나가는 것만 막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거제의 재선충은 관리가능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2012년 24만734그루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감염목은 2만7377그루로 추산된다. 오는 2020년까지 완전 방제가 목표다.
올해 거제시 방제예산은 29억7300만원이다. 국비 13억9600만원, 도비 2억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연막방제 45㏊, 항공 및 지상방제 948㏊, 나무주사 720㏊를 방제해 모두 2만7377그루의 피해목을 제거했다. 내년에는 감염목을 1만5000그루 이내로 관리해 머잖아 청정지역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한반도는 재선충 피해가 일본과 가까운 동남권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다가 총력 방제로 확산이 멈춘 상태다.
지난 1905년 재선충이 일찍 발생한 일본은 소나무가 전멸했다. 재선충의 원인을 모르고 있다가 현미경이 보급되고 나서 알게 됐지만 늦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방풍림 등 보존가치 높은 소나무만 국가에서 관리하고 삼나무가 한국에서 소나무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선충 방제에 성공해 청정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재선충은 해마다 9~10월에 60~70%, 3월~5월에 30~40%가 나온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인 10월이 연중 가장 창궐하는 시기다. 한국도 소나무가 전멸한 곳은 참나무와 편백나무로 대체조림을 하고 있다.
재선충 방제예산이 늘어나면서 소나무가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의견도 나온다. 원래 소나무는 세계 10대 유망수종 중의 하나다. 그런데 한국 소나무는 녹화사업 때 심는 데만 중점을 두고 관리에 소홀했다. 휘어지고 옹이도 많이 생겨서 목재 가치가 떨어진다. 지금은 20m 이상 잘 자라도록 관리하고 강원도를 중심으로 좋은 목재가 나온다. 경남은 합천 등 서부지역에 상품성 있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벌을 안 해서 재선충이 심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솔껍질깍지벌레같은 일반적인 병은 나무가 튼튼하면 저항력을 가진다. 그래서 간벌을 안 하고 숲가꾸기가 소홀한 곳일수록 피해가 심하다. 하지만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눈에 잘 띄는 크고 좋은 나무로 날아가기 때문에 나무의 저항력과 재선충 확산은 관계가 없다.
방제가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요즘 재선충의 최대 적은 솔수염하늘소가 아니라 사람이 되고 있다. 솔수염하늘소는 보통 200~300m 나는 것이 보통이며 바람을 타면 3㎞까지도 간다고 하나 그러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수십㎞ 떨어진 곳에 재선충이 옮겨지는 경우는 사람이 운송수단을 통해 매개했다고 추정된다.
또 항공방제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에 약제가 뿌려져 환경파괴 논란이 있지만 항공예찰은 꼭 필요하다. 산 속 깊은 곳은 사람의 눈으로 재선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가 다른 나무로 옮겨가기만 하면 전이되므로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만약 빼먹고 방제하지 않은 감염목이 방치되면 순식간에 20그루가 감염된다. 그 다음에는 머지않아 산 전체가 재앙에 빠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