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상황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조선소 외주업체를 운영하던 A씨가 조선산업의 위기를 견디다 못해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결심하고 대상자를 알아보았다. 때마침 같은 업종의 B씨가 관심을 보였다.
A씨는 매각가격으로 20억원 제시했다. 제시금액을 들은 B씨는 "그런 가격이라면 그만 둡시다" 하고 일언지하 딱 끊어 버린다. A씨는 당황하며 "그럼 얼마면 되겠습니까?" 하고 묻는다. "15억 드릴게요. 그것도 한 달 내 모든 문제가 처리될 수 있다면 인수를 고려해 보지요" 한다. 인수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려해 보겠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속을 태운다.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조선경기가 좋을 때라면 회사가치가 30억원은 나갈 수 있을 텐데 지금 절반 값에 먹으려고 하니 괘씸하다. 그래도 인수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때 그 가격에라도 빨리 넘기는 게 손실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는 게 아닌지 머리를 복잡하게 돌려본다.
그런데 이 협상 테이블에 B씨 회사의 전무가 함께 있었다. A씨와 B씨의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전무는 A씨의 딱한 처지를 공감하면서 위로해 주기도 했다. A씨 입장에서는 칼 같은 성격의 B씨 보다는 입장을 이해해 주는 전무에게 훨씬 믿음이 갔다. B씨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전무는 A씨에게 15억에 회사를 넘기기에는 억울한 건 틀림이 없지만 그래도 이왕 넘기려고 생각했다면 되도록 빨리 넘기는 게 종업원 급료나 이자부담을 줄이는 게 아니냐는 전무의 제안에 인간적으로 끌려 사인하고 만다.
그뿐 아니라 전무는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비용 정도는 인계하려는 측에서 부담하는 게 좋겠다는 말에도 A씨는 자신도 모르게 "그럽시다" 하고 대답해 버린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 보니 B씨의 협상작전에 완전히 당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국과는 사드 문제로, 미국과는 한미 FTA 문제로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니까 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