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담배를 펴서 죄송합니다."
"하청 인근에서 흡연을 해서 진짜 죄송합니다."
"하청에서 담배를 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달 31일 하청면에서 철강업을 하는 오재석 대표는 1개의 사과를 받았다. 사과와 동봉된 쪽지에는 경남산업고등학교(교장 김계태·이하 경남산업고) 학생들의 사과문이 함께 있었다. 그동안 학교 인근 골목마다 담배를 피워대던 학생들에 학교에 항의전화도 하고 타일러도 봤지만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과를 받으니 고맙고 부끄러워졌다.
오 대표는 사업장 주변에서 아이들이 담배 피울 때면 '꼰대'가 아닌 '옆집 아는 형'으로서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는 것에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는 "학생들이 담배를 피면 어른들이 나서서 못 피우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1대 다수이기도 하고 괜히 피해가 올까 싶어서 용기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결국 끊임없이 대화를 하다 보니 아이들도 마음을 열고 조금씩 변화를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또 "아이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용기 내 사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김계태 교장선생을 비롯한 교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과를 받은 건 오 대표뿐만이 아니다. 경남산업고 주변의 방앗간·중국집·분식점 등 가게부터 원룸의 각각 호실에도, 가정집에도 경남산업고 학생들의 정성어린 쪽지와 사과가 담겨 있었다.
하청면민 김수환(64)씨는 "손편지를 참으로 오랜만에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 더 놀라웠다"며 "아이들이 먼저 용기를 내서 손을 내밀었으니 한 마을의 어른으로서 더욱 모범을 보여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산업고가 주민 분들에게 마음을 전하게 된 건 매년 경남산업고에서 실시하고 있는 '애플데이(Apple Day)'의 확장이다. 경남산업고의 '애플데이'는 교우 및 친구 관계의 발전을 위한 자체문화행사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나 선생님에게 서운한 점이나 사과해야 할 대상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한다. 동음이의어인 사과의 쓰임새도 부드럽게 용서를 구하기 위함이다.
이번 주민 동참 애플데이는 경남산업고 황보창형 교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황보 교사는 "본교 학생들의 흡연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고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했더니 학교 주변의 주민들이 떠올랐다"며 "정성스럽게 준비한 아이들의 마음을 곡해하지 않고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애플데이 담당인 이은경 교사는 "비록 아이디어는 교사들이 냈지만 아이들의 진실한 마음이 담겨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마음이 닿았다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