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기지→타 비축기지 송출, 18일∼23일까지 소요 추산

정부가 유사시 한국석유공사 거제석유비축기지(일명 U2) 물량을 신속하게 육지로 반출하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석유 비축목표량은 국내 수입량 60일분이 기준이다. 제1차 계획(1980~1989년) 때 3800만 배럴이 비축목표량이었고 제4차 계획(2014∼2025년)에서는 1억720만 배럴이다. 지난해 말 정부부문 비축량은 목표량 대비 88% 수준이다.
그런데 석유비축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석유공사는 유사시 일운면 지세포리 거제기지의 비축물량 방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기준 거제기지에는 한국석유공사가 비축 중인 원유량 8096배럴의 55.2%인 4467배럴이 보관돼 있다. 거제기지는 다른 비축기지와 달리 육지와 떨어져 있고 송유관으로 연결되지 않아 유조선으로 해상운송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감사원은 10여년 전인 2008년 '정부 고유가 대응에 따른 단계별 비축유 방출대책'을 세운 것이 있긴 하지만, 계획수립 당시 거제기지 원유의 비축 재고량을 일일 펌프출하능력 단순히 나눠 방출 소요일로 산정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분석결과 거제기지에서 실제로 용선 계약시부터 입항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짧게는 10일, 길게는 15일로 확인됐고, 유조선이 비축기지에서 육지로 출하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8일 정도로 거제기지에서 최초로 출하된 물량이 타 비축기지로 이송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최소 18일에서 최대 23일로 추산됐다.
그런데 유사시 울산기지와 서산기지의 공급 가능일수가 각각 4.6일 및 7.9일에 불과해 거제기지의 비축원유 이송가능 기간(18∼23일) 내에 소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기지에 석유를 많이 쌓아놓기만 하고 정작 위기 때 수요처에 공급할 방법은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이러한 주먹구구식 계획을 질타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원유 수급차질 등 위기 발생 시 적용·시행할 수 있도록 단계별 위기 상황에 따른 비축원유 방출 및 활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거제기지에서 육지로 석유를 운반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거제도에서 육지로 들어가는 길은 거가대교와 신거제대교 등이 있다. 송유관을 건설하면 유조선보다 빠른 속도로 석유를 운반할 수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거제에서 육지로 석유공급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민간 비축재고 40일분을 우선 방출하므로 유사시 공급차질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송유관 건설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주변에 대규모 민간 정유시설이 있어서 함께 이용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송유관을 건설하기에는 현재의 경영상황에서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