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연풍(時和年豊)
시화연풍(時和年豊)
  • 거제신문
  • 승인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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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위(衛)나라를 지날 때의 일이다. 성안에 많은 사람들이 들끓었다. 이를 본 제자 염유(苒有)가 물었다.

「저렇게 사람이 많으면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하였더니 공자는 「잘 살게 해 주어야지(富之)」한다. 그러자 염유는 「잘 살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다시 물었더니 공자는 「가르쳐야지(敎之)」라고 답한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공자의 생각은 이미 공자가 정치의 요체로 경제적 풍요인 족식(足食), 전쟁 억제력인 족병(足兵), 국민의 신뢰인 민신지(民信之)를 언급한 바와 맥을 같이 한다.

맹자의 부국론도 「백성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다.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삶이 안정되면 나라는 더욱 강해진다」는 논리로 최소한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보장되어야 하는 「유항산자 유항심 무항산자 무항심(有恒産者有恒心, 無恒産者無恒心)」을 내세운다.

조선시대 걸출한 학자 율곡(栗谷)은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임금이 있으려면 나라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으려면 백성이 있어야 한다.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겨야 하지만 백성들이 하늘로 여기는 것은 먹을 양식이다」라고 했다.

경제(經濟)란 본디 「세상을 일으켜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의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나왔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시되는 의식주(衣食住)라는 기본적 욕구의 충족은 동서고금이라고 다를 바 없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선거전에서 조지 부시를 누를 수 있었던 것은 경제를 선거 쟁점으로 끌어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economy, Stupid)」라는 촌철살인의 짧은 구호가 매우 강렬하게 국민들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경제대통령의 트렌드를 가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선정했다.

글자 그대로 「시절이 화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드는」세상을 모두 함께 기대해 본다.
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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