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들 '빈손 설' 놓고 공방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들 '빈손 설' 놓고 공방
  • 정종민 기자
  • 승인 2018.0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속노조 "대부분 업체, 설 상여금 체불 통보…담합 의혹" 제기
고용부 "26일까지 체불 및 이유 답변서 도착하면 분석 후 처벌"
협력사협의회 "회사가 돈 되는데 상여금 안 주는 경우는 없다"
삼성중공업 "협력사의 경영·재무상태 간여하면 하도급법 위반"

거제지역 조선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하청업체들이 담합해 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수주물량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으며, 협력사협의회 차원에서 '적자가 나지 않는데도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업체는 자체적으로 조사해 고발하겠다'는 내용을 협력사 공지에 올리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담합 의혹을 반박했다. '설 상여금' 미지급 움직임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협력사들을 압박하며 강력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청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발주와 관련한 기성금을 정확히 지불한 상태로, 협력사들의 상여금 지급문제를 간여할 수 없다고 발을 뺐다.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근로자 1만여명(노조 추정)이 설 상여금을 받지 못한 채 설 명절을 보낸 것과 관련한 노동조합의 주장과 협력사협의회, 고용노동청 통영지청, 삼성중공업 측의 입장을 들어본다.  - 편집자 주


금속노조 "대부분 업체, 50%로 줄어든 상여금조차 안줘"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삼성중공업 일반노동조합은 설을 앞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소가 어렵고, 인상된 최저임금을 맞춰야 한다며 2016년∼2017년에 걸쳐 상여금 550%를 모두 빼앗았다"면서 "삼성중공업은 한발 먼저 2015년부터 상여금을 없애기 시작해 지금은 하청노동자 대부분 설 50%, 추석 50% 상여금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본지 2월13일자 인터넷 판 보도>

노조는 이어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설 상여금 50%마저 지급하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이같은 상여금 체불 통보는 경영 사정이 어려운 몇몇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특히 "한 노동자의 제보에 따르면 S기업의 경우, 설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하면서 '협력사협의회에서 결정된 상여금 건에 대한 사항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알리기도 했다"고 사례를 들면서 "삼성중공업 협력사협의회 차원에서 일종의 '상여금 체불 담합'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일반노조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이 같은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의 집단적, 조직적 설 상여금 체불 통보 사실을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알리고 강력한 지도감독을 요구했다.

고용노동청, 상여금 지급규정 준수 고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은 지난 6일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취업규칙(상여금 지급규정) 준수 철처'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사내협력업체에서 조선경기 불황과 경영상황 등을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상여금 포기각서를 징구하거나 협력업체 간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담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 또는 관행에 의해 지급의무가 있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유념하기 바란다"는 점을 하청업체에 고지했다.

고용부는 이와 함께 2월 8일 협력사협의회 운영진 4명을 통영지청으로 불러 상여금 체불 통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12일에는 또 다시 공문을 보내 각 사내협력업체가 설 상여금 지급의무가 있는지, 설 상여금을 지급하였는지, 체불하였는지에 대해 26일까지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답변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우선은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99개사에 근무하는 1만 4000여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상여금 미지급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협력사들이 불황에 따른 어려움으로 돈이 없어 못 준다는 처지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요청한 답변서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는다면 독촉과 함께 시정지시, 사법처리 절차의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3일 삼성중공업을 방문해 임원진을 만나 현황을 파악한 결과, 원청에서 하청업체에 대해 기성금은 모두 줬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하청업체가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면 심각한 문제다"면서 "원청업체 문제가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말고 심각하게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고용부는 답변서가 도착하는데로 상여금 체불 사업장과 이유에 대한 분석과 함께 담합여부 등도 조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에서 삼성중공업 협력사들에게 상여금 지급규정과 관련해 보낸 공문.
고용노동부에서 삼성중공업 협력사들에게 상여금 지급규정과 관련해 보낸 공문.

협력사협의회 "담합은 말도 안되는 억측"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협력사협의회(이하 협력사협의회) 측 관계자는 "지금 상당수의 협력사들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도 밀려 있고, 심지어는 4대 보험료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면서 "(회사가) 적자 상태에서 상여금을 지급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상여금 미지급과 관련해) '담합'이란 표현을 쓰는데,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사가 돈이 되는데 상여금을 안 주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계자는 또 "매달 상여금을 나눠 지급하거나, 즉시급, 또는 명절 때 지급하는 방법 등 회사에 따라 상여금 지급방법이 각각 다른데 특정 회사를 예를 들어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노조 측에서 제기하는 '상여금 미지급 담합의혹'에 대해 "협력사협의회 공지를 통해 적자가 없는데도 상여금을 주지 않은 업체는 고발조치 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면서 "그런 업체가 있다면 내가 조사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와 함께 "협력사협의회에 회원사 84개사 가운데 상여금 지급 해당회사는 70개사가 안된다"면서 "매월 상여금을 지급하는 협력사를 빼면, 설 상여금 지급 해당 회사는 50개사 정도지만 이마저도 파산 직전인 회사가 35~40%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重 "기성금 정확히 지급 … 경영은 협력사 몫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한 임원은 "우리가 그쪽(협력사)의 상여금을 어떻게 지급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면서 "답변할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본지 기자와 전화 통화로 연결된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협력사 가운데)일부 업체는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면서 "상여금 지급 등의 문제는 협력사 대표의 권한이다. (원청에서)거기까지 간여할 문제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히 "기성금은 정확히 집행됐으며, 단가계약에 의해 지급을 하는데 낮춰서 준 사실도 없다"면서 "기성 안에는 급여 후생 등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원청업체를 핑계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우리가 협력사의 재무 상태를 알 수 없다"면서 "원청이 협력사의 경영과 재무 상태에 간여하면 하도급법 위반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선박 등을 수주한 뒤 생산 발주까지 이어지려면 설계 등 각종 계획 일정을 감안, 적어도 1년~1년 5개월 정도 걸린다"면서 "요즘은 수주단가가 너무 줄다 보니 거기에 맞춰 경영을 한다. 원청도 물량계약을 할 때 이 점을 감안해야 하는데 협력업체들이 원청 탓을 하는 그런 경영논리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의아해 했다.

수주에 따른 향후 발주에 많은 물량 변화가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협력업체의 '물량부족에 따른 적자경영 탓'은 경영논리상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