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나누는 봉사, 기쁨도 두배
건강을 나누는 봉사, 기쁨도 두배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8.01.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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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수지침자원봉사단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12일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신현읍 고현리에 위치한 자원봉사센터 2층 탁노소로 백발의 어르신 1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어머이, 날씨가 좋지 않아 오시는데 고생했지예.”

“뭘, 선생들이 오라칼 때 와야 제.”

새하얀 가운을 입은 거제수지침자원봉사단(단장 정동순) 단원 6명이 반가운 얼굴로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다.

수지침 봉사단원들과 마주한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손바닥을 비비고 손목을 자극하는 건강박수를 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넓은 책상에 촛불이 켜지면서 본격적인 수지침 봉사가 시작됐다. 익숙한 솜씨로 어르신들 손에 뜸을 놓기 시작했다. 매캐한 연기가 이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뜸을 뜨니 몸이 시원해지고 아픈 것도 많이 나아지는 것 같다는 어르신들은 양손바닥에 열개 남짓한 뜸을 올려놓은 채로 단원들과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다.

뜸뜨기가 먼저 끝난 어르신은 부황을 뜨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어깨를 주무르며 살가운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이 파스 언제 붙였어예?”
“사흘 전에 붙였는데 와?”
“파스는 하루 지나면 떼야한다고 말씀드렸다 아입니까.”
“아까바서 붙이고 있었다 아이가.”

단원들과 어르신들 사이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다.
지난 2003년 결성된 거제시수지침봉사단은 현재 16명의 단원들이 옥포복지관과 거제시자원봉사센터 탁노소, 연초면 명상마을 경로당 등을 순회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원 모두가 직장에 다니지만 주말마다 짬을 내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거제자활후견기관 소속 정금순, 김복이, 정철순, 제순덕, 이성자씨가 단원으로 참여, 활동 폭과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수지침은 위급한 병보다는 만성질환이나 피로, 체증 등 생활에 불편을 주는 병을 주로 다스린다. 때문에 딱히 병원신세를 지기 어려워 불편을 감수해 온 노인들이 대부분 치료 대상이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관절염이나 위장병 등 만성질환이 많은데, 침을 놓아 드리고 뜸을 뜨면 효과가 있다며 좋아들 하십니다. 그런데 자기만 치료를 받으려는 욕심 때문인지 소문을 잘 안내세요.”

단원들은 수지침으로 병을 낫게 해주기 보다는 노쇠한 어르신들의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증을 줄이며 어르신들과 어울려 정겨운 말벗이 돼주고 있다.

수지침에 대한 공부도 끊이질 않는다.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정동순 단장의 치료과정을 지켜보며 자연스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단원들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시술의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단원들은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음료수나 과일을 사다주시고 밥 먹으라며 1만원을 손에 쥐어주시기도 한다”면서 “활동 초기엔 뜸 연기 때문에 눈물도 많이 났지만 지금은 아픈 몸을 낫게 해주는 행복한 눈물이라 괜찮다”고 입을 모았다. 

정동순 단장은 “물품비를 자체 부담하고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르신들이 원하는 시술은 대부분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없다면 건강을 나누는 행복한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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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ㅔ옹 2008-01-23 20:59:38
봉사자들 대부분이 어머니뻘로 보이는데 모두 대단하시네요.

든든한 후원자가 생겨서 더 많은 사랑나눔과 봉사 하시길 바래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