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사람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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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신문
  • 승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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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作
거제신문 2017 독서감상문 공모전 중등부 장려 작품
이효연(지세포중 3년)
이효연(지세포중 3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많이 들어본 책 제목이다. 한 번쯤은 읽어봐야지 시간이 나면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며 읽을 기회를 찾던 중 지난 여름 도서관에서 신간도서 행사를 할 때 드디어 빌려 읽어보게 됐다.

쇼타·아쓰야·고헤이는 3인조 도둑들이다. 어느 날 밤 도둑질을 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던 중,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낡은 건물에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의논을 하던 도중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소리가 난 쪽으로 가보는데 한 통의 편지가 있다.

그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 편지가 왔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분명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해 밖으로 나가보지만, 인기척이라곤 느낄 수 없었다. 편지를 읽을지 말지 고민하던 세 사람은 고민 끝에 결국 읽어보기로 결정한다.

편지 내용은 좋은 조언을 구하는 사연 깊은 고민 상담 편지였다. 그들은 여자의 사연이 안타까워 답장을 하게 되고, 인기척은 전혀 없지만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또 답장이 오는 기묘한 상황을 이해해보려 애쓰다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이들이 있는 시간과 편지의 주인공인 여자가 살고 있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같은 시대에 살고 사람이 아니라는 것.

계속 혼란스러운 와중에 여러 장의 또 다른 고민상담 편지가 도착하게 되고, 모두 안타까운 사연들에 졸지에 뛰어난 예지능력을 발휘해 답장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의 솔직하고 엉뚱한 조언들이 아름다운 기적을 일구어 낸다.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과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께 이렇게 많은 고민 상담 편지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에는 할아버지의 진심어린 마음이 다 전해졌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소한 고민일지라도 깊이 생각해 답장을 해주시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독자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든다.

자신의 이야기, 고민을 남에게 얘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위 사연자들 중 한 사람처럼 야반도주라는 불법적인 행위와 같이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이야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숨기고 싶은 고민까지 할아버지께 상담을 했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정답 없는 답답한 문제들에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을까?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신 할아버지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여기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비록 그 이야기가 나에겐 사소할지라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아마 할아버지께선 이런 자그만 행동으로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본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라는 할아버지의 충고이자 신념으로 다양하고 많은 사연들 하나하나 다 좋은 답장을 보내실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고민 상담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도 고민이 생겼을 때 편지를 보내볼 의향이 있다. 꼭 좋은 해답을 얻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다른 상담자들처럼 마음속에 꽉 막혀 있는 고민의 답답함을 털어냄으로써 홀가분한 마음만이라도 지닐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한 일이 아닐까? 정말 오랜만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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