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편법 최저임금으로 오히려 줄거나 그대로"

거제지역 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잇따라 상경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하청업체의 상여금 체불과 최저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삼성중공업일반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서울 한남동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 입구인 삼성리움미술관 앞에서다. 이들은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들의 임금체불을 지적하고 있다. 기존에 지급하던 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유예했다는 것이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청업체 92곳 중 55곳이 3,188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총 32억2,654만원을 체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상여금 반납 동의서나 지급유예 동의서를 강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는 설 상여금 미지급 사태가 일시에 다수의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것을 두고 사전 모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삼성중공업에 있다고 강조한다.
노조는 노숙농성에 돌입하기 전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중공업의 진짜 사장,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하청노동자 설 상여금 체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노숙농성을 통해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도 청와대 앞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직접 고용주인 하청업체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그동안 받던 상여금 550%를 없애고 그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맞췄다"며 "아랫돌 빼서 윗돌에 괴는 방식으로,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 왼쪽 주머니에 넣는 방식으로 당연히 올라야 할 임금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무력화하고 있는지 대통령님은 관심을 두고 계십니까"라고 물으며 대우조선해양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하청업체의 하도급 대금을 올려 하청노동자의 임금이 인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님, 대답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2월부터 진행한 서명지를 청와대에 제출하고, 대통령의 답변을 주문했다. 서명지에는 모두 3464명이 자신의 이름을 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