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선호학교와 교육격차로 쏠림 현상·교통문제 등 해결방안은 여전히 의문

"어떤 제도든 초기에는 진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진통을 최대한 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믿고 밀어주시면 초기에 진통을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 거제지역 고교평준화 첫 원서접수 시행을 2개월 여 앞두고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다. 담당 장학사를 비롯해 장학관까지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도교육청이 거제실정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진통 크기 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대목은 비평준화에서 평준화 지역으로 바뀌면서 학생 선발이 어떻게 이뤄지나였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2019년도에 고등학생이 되는 학생들 가운데 거제지역 인문계고등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만 중학교 내신석차백분율로 산출을 한다. 내신석차 백분율을 통해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긴 후 2130등까지 선발한다. 이때 공동 2130등이 몇 명이든 모두 선발대상이다. 2130등 안까지 들어서면 우선 거제지역 인문계고등학교에 합격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합격자 가운데 남·여학생을 구분해 1~9등급까지 나눈다. 각 학교에 대한 등급별 배정 인원을 산출한 이후 학생의 지망(7지망) 순위에 따라 등급별 배정 인원을 추첨해 배정한다.
특히 올해는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후기지원 특목고까지 중복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특목고 지원 학생은 8지망까지 고등학교 원서를 쓸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일만 장학관은 "중복지원이 가능한 점이 특성화고등학교를 합격했을 경우에는 큰 혜택이 될 수 있겠지만, 만약 최악의 상황은 8지망에 해당하는 학교로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결코 쉽게 생각해선 안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농어촌지역의 중학교 졸업(예정)자는 농어촌지역 고등학교 입학을 원할 경우에는 최소 2지망의 학교에서 합격할 수 있다. 2지망에서도 배정을 못 받았을 때 정원 외 인원으로 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고등학교는 옥포·연초·거제제일고다. 특혜 논란을 받지 않기 위해 주소지에서 대중교통으로 가장 가까운 학교 순으로 1·2지망에 희망해야 한다. 최근 지원률이 높은 옥포·연초고를 원한다고 해서 접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집이 가까운 순서대로 해야 한다.
도 교육청이 거제시만 특별히 농어촌지역 특별전형을 만들었지만, 고교평준화 시행 이전부터 제기됐던 비선호학교 및 학교 간 교육격차, 교통 문제 등의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해 도 교육청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답변을 내놓아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고교평준화 타당성 최종보고회에서 인문계 고등학교 7곳에 대한 여론조사 현황을 살펴보면 선호학교와 비 선호학교가 극명하게 갈렸다. 비 선호학교에 대한 대안으로 도 교육청은 비 선호학교는 학생 수 인원을 줄여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최대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적용되지 않았다. 도교육청에서는 내년 거제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정원이 2130명이라고 밝혔다. 거제중앙고와 거제상문고가 341명, 거제옥포고와 연초고 310명, 거제고와 해성고가 279명, 거제제일고는 270명이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노은실 장학사는 "거제지역은 학교 규모가 비슷해 조건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규모'만 따지고 '지리적 여건'은 고려하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질의응답에서 학부모 B씨는 "거제지역은 지리적 여건이 만만치가 않다"며 통학대책마련은 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이일만 장학관은 "시 교통행정과와 원활하게 협의중"이라면서 "등·하교 시간 시내버스 직통 및 증대 운행을 계획하고 있을뿐 아니라 지역 인문계 고등학교는 통학버스가 구축돼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통학버스를 타지 못했을 경우, 학생들이 시내버스 직통 및 증대 운행만으로 불편함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거제면과 해성고, 능포동과 거제제일고는 버스 타고 학교를 가려면 1시간30분은 소요된다.
C학교 교사는 "도 교육청이 진통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했는데, 거제시 도로 예산이 혁명적으로 많이 투입되거나, 각 학교마다 기숙사제도를 하지 않는 한 이 진통은 꽤 길어질 것이다. 도 교육청이 안일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