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챔피언십
수염챔피언십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18.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는 수염조차 특별했다. 유비는 수염이 없었다. 그래서 '말끔한 얼굴이 마치 엉덩이 같다'고 했다. 그에 비해 관우는 미염공(美髥公)이라는 별명만큼이나 멋진 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수염을 비단 주머니로 싸서 다니기도 했다. 장비는 마치 밤송이처럼 뾰족하고 굵고 거친 털이 마구 뻗어나가는 수염이었다.

수염은 2차 성징 이후 얼굴에 나는 털을 말한다. 입 주변이나 턱에 나는 털을 수(鬚)라고 하고, 귀밑에서 턱까지 잇달아 난 구레나룻을 염(髥)이라 한다. 수염의 순 우리말은 '나룻'이다.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수염이 없는 어린이나 환관을 얕잡아보았다. 에이브라함 링컨은 50세까지 수염을 기르지 않았는데, 인상이 험악해 보이니 수염을 기르면 좋을 것 같다고 충고한 한 소녀의 편지를 받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그 후에 지지도가 올라갔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메이지 유신 때 일본은 독일을 근대화의 모델로 삼았다. 그들은 독일남자들이 양끝을 치켜 올린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모방했다. 마침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도 이 수염을 하고 있자 카이젤 수염이라 불렀다. 카이젤은 독일어로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kaiser)'에서 왔다. 프랑스 루이 7세가 수염은 거추장스럽다고 싹 깎아버리자 그의 왕비는 성적(性的)매력이 없어졌다며 영국으로 도망가 헨리 6세와 재혼한다. 수염 잃고 부인 잃은 루이 7세가 영국과 일으킨 전쟁이 바로 수염전쟁이다. 고려 인종 때 나례잡희(儺禮雜戱) 석상에서 김부식(金富軾)의 아들이며 내시였던 김돈중(金敦中)이 무신 정중부(鄭仲夫)의 수염을 촛불로 태우는 모욕이 후일 무신정변의 원인이 된다.

지난달 29일 미국에서는 수염챔피언십이 열렸다. 2년 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각양각색의 수염을 뽐내는 축제다. 이번 대회는 남성부문 외에도 인공수염을 통해 예술성을 뽐내는 여성부문도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없는 이런 대회로 거제에 관광객을 유인할 아이디어도 생각해 볼만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