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셔틀버스'…편법 승인 후 불법 이용
'병원 셔틀버스'…편법 승인 후 불법 이용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9.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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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병원서 '셔틀버스' 운행 금지이지만 예외 조항으로 거제시 승인
동네병원 "공정경쟁 저해"...버스업체 "누가 버스 타겠나"
시, 올해 타당성 검토 예정
지역 종합병원 3곳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거제시 용인으로 운행되는 가운데 '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내원객 중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한 지체장애인'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는 승인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내원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왼쪽부터)거제백병원·대우병원·맑은샘병원의 셔틀버스 주·정차 모습.
지역 종합병원 3곳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거제시 용인으로 운행되는 가운데 '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내원객 중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한 지체장애인'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는 승인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내원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왼쪽부터)거제백병원·대우병원·맑은샘병원의 셔틀버스 주·정차 모습.

지역 종합병원 3곳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거제시 용인으로 운행되는 가운데 승인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의료기관의 교통편의 제공이 '불법'이지만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다 관련 법률 및 지침 기준마저 불명확해 병원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거제시 보건소에 따르면 지역 종합병원인 거제백병원·대우병원·맑은샘병원은 무료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거제백병원은 평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각 지역 다 합쳐 18회 버스를 운행한다.

거제백병원 차량은 18㎞ 떨어진 장목농협까지 오갈 수 있다. 대우병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25회 운행이 된다. 가장 멀리 운행되는 곳은 소동마을 공중전화박스 앞이다. 맑은샘병원은 평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2시45분까지 총 5차례만 운행하는데 거제면사무소까지 운행된다.

3곳 병원 모두 동 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니 면 지역은 각 병원의 주변 도로 상황에 따라 거제백병원이 동부·장목면까지, 대우병원이 일운면, 맑은샘병원이 거제면까지 수용하고 있다.

문제는 법적으로 병원은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는 것.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병원 셔틀버스 운행은 환자 유인행위로 간주하고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조항도 두고 있다.

하지만 예외조항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병원이 담당 지자체장으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을 경우 셔틀버스 운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승인사유 범위가 모호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난 2003년 복지부는 '경제적 사정 등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승인 기준'을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병원은 △동일지역 내 경쟁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이 없고 △대중교통편이 없거나 1일 8회 이하인 지역 △보호자 도움 없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경우에 한해 교통편의 제공이 가능하다. 이를 적용하면 셔틀버스 운행이 가능한 곳은 농어촌 등 일부 의료취약 지역뿐이다.

이를 3곳 병원 역시 모두 잘 알고 이를 이용했다. 세 병원 모두 거제시에 승인을 받을 때 '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내원객 중 장애인복지법에 의거한 지체장애인'에게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요청했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탑승자 적격여부 확인'을 한다고 게재돼 있다.

하지만 병원 내원객이 집중되는 아침 8시30분부터 9시에 운행되는 버스에는 탑승자 적격여부 확인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우병원과 맑은샘병원은 자체 제작한 승차증을 발급하고 있어 일반 시민들도 승차증만 있으면 탈 수 있다.

이에 대해 동네병원 관계자는 "병원 셔틀버스 운행은 의료법상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오지에서나 가능하다. 종합병원에서 면 소재지 시민들을 위해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까지는 일부 이해할 수 있다"면서 "시내버스가 운행되는 구간에 병원 버스가 다니는 것은 엄연히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버스업체도 문제를 제기했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거제백병원은 순환버스 종착점이고, 맑은샘병원과 대우병원 위치도 가장 많은 버스가 지나가는 국도14호선이다"며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순환버스가 휠체어도 들어가기 쉽지 않고, 오르내리기도 불편한데 지체장애인을 위함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시 보건소 관계자는 "의료법에도 보건복지부 지침에도 승인기준이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이라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혼돈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3곳 병원 모두 2015년 이전에 승인을 받았고 교통상황과 여건이 달라진 만큼 올해 타당성 조사를 재실시해 승인 불가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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