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역사 속에 네 번에 걸쳐 대통령에 당선돼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감당한 사람은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밖에 없습니다. 그는 39세에 뜻하지 않게 소아마비 환자가 됐지만 그 모든 역경을 극복하며 1933년부터 1945년까지 12년 동안 미국 대통령직을 감당한 지도자입니다. 특히 대통령 임기 중에 경제 대공황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 직면하면서 모든 사건들을 슬기롭게 극복함으로 지금까지도 미국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높은 순위에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어느 날 한 주간지를 보다가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 이유는 잡지 속에서 자신을 형편없는 술주정뱅이로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분이 좋지 못했던 루즈벨트는 자신의 비서관을 불러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의 비서관은 잡지사 사장과 그 기자를 불러서 혼을 내주자고 건의했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잘못된 권력남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사색에 잠겼다가 비서에게 이렇게 지시를 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그냥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식으로 법원에 고소를 하세. 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니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금까지도 청구해야겠네." 비서관은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생각했지만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 결코 거역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소를 하고 난 이후 얼마 뒤 재판이 열리게 됐고, 많은 방청객들이 법정을 가득 메우게 됐습니다. 현직 대통령 명예에 대한 예민한 사안인 만큼 그 법정을 이끌어가는 판사는 아주 신중하게 한 사람 한 사람 심문을 하고 이를 종합해 배심원들과 논의를 했습니다. 드디어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귀 잡지사의 기사는 잘못된 허위로 판명이 내려졌으며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 인정되는 바 귀사는 대통령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하시오."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재판정에 참석한 사람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제 그 잡지사는 문을 닫게 생겼다고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졌으니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배상금이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때 판사의 말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이 요구한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은 1달러입니다. 이만 재판을 마칩니다."
판사가 대통령의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이 1달러라고 선고를 하자 방청석에서는 또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드렸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의 대가가 고작 1달러란 말입니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렇게 답을 했다고 합니다. "나에겐 손해배상금이야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중요한 것은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이야. 그리고 그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이지.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나는 이것으로 만족하네."
우리나라 같으면 어떤 재판이 이뤄졌을까요? 현직에 있는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으니 엄청난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을 물리려하지 않았을까? 보도를 잘 못한 그 신문사를 정치적으로 매장시키고자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잡지사에 적을 두고 있는 기자와 사원들이 직장을 잃고 실직자가 되는 불행이 초래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러게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명예가 지켜지고 진실이 밝혀진 이상 더 이상의 재물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육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분이셨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신은 그 누구보다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바른 가치판단과 분명한 삶의 철학을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정말 멋있는 대통령입니다.
저는 이 일화를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통치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면서 세 가지를 나의 하나님께 간구했습니다.
그 첫째는 "우리 대통령도 주어진 권력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게 하시고 정치적인 보복을 하지 않게 하소서"하고 기도를 드렸으며, 둘째는 "우리 대통령도 독립된 사법부를 통하여 모든 사건의 진실성을 찾고자 하는 객관적 자세를 갖게 하옵소서"하고 기도를 드렸으며, 셋째는 "자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잡지사와 그 기자에 대하여 보여준 아름다운 관용과 사랑의 마음을 갖게 하옵소서"하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촛불시위로 인해 새로운 시민정권이 탄생하게 됐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로 엄청난 민심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운전대를 잡은지 3년 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과거사를 잘 마무리하고 루즈벨트 대통령처럼 관용과 사랑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온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합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 민족에게 희망의 무지개가 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대통령이 우리 나라에도 나타나게 되기를 오늘도 두 손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