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노조 고용불안 우려는 이해, 반대를 위한 반대 안타까워"
시의회·경남상공협도 대우조선 매각 우려 표명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 노동조합(위원장 신상기·이하 노동조합)과 산업은행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저지하는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부분파업은 아주~옥포 시가지를 행진하며 시민에게 대우조선 매각이 부당함을 알리고 지지와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부분집회는 대우조선 노동자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내 민주광장에서 출발해 국도14호선을 따라 옥포동 롯데마트~중앙사거리~거제수협마트 옥포점 앞까지 행진했다.
노동조합은 행진하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매각 추진의 부당함도 알렸다. 행진을 지켜보던 인근 상인들과 시민은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등 500여명이 상경투쟁에 나섰다. 특히 이날 결의대회에는 대우조선 노동조합뿐 아니라 금속노조·현대중공업·성동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한진중공업 등이 한 뜻을 모았다.
김호규 금속노조위원장은 "금속노조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고용안정과 노조 인정을 쟁취했고,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을 키워온 저력이 있다. 우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밀실 인수논의를 중단하고 금속노조와 대화해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 이 길이 대우조선을 살리는 진정한 길"이라고 밝혔다.
신상기 대우조선 위원장은 "정몽준 재벌 퍼주기에 불과한 밀실매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매각을 추진하며 대화를 해봐야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은 매각과정에서 총 고용보장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회장 이름을 걸고 총고용보장을 쟁취하고 매각을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결의대회를 마친 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사 앞으로 행진해 마무리 집회를 벌였다. 조합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3년 전 선거 당시 조선 산업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재벌에게 조선업 몰아주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합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오는 4월 3일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걸 "과격한 행동으로 매각 와해 불상사 없어야…"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우조선 노조에서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여러 걱정이 앞서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 소통 없는 대안, 다소 과격한 일부 모습 등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 산업도 과거의 구조조정에 얽매일 게 아니라 소위 '스마트야드'나 '스마트쉽' 등 새로운 곳에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며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데 우리만 석기시대에 살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투쟁과 파업으로 일자리가 지켜지고 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노조가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지만 이런 과격한 행동을 전제로 만나자고 하지는 말라"며 "2000명씩 몰고 와서 데모하지 말고 노조 대표급이 나오라. 대표급이 오면 제 사무실에서 만날 수도 있고 제가 직접 조선소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비즈니스에는 카운터파트가 있다는 것을 노조도 명심해줬으면 좋겠다. 요구사항이 있다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전달해야 협상이 되지 이것만 반드시 얻겠다 하면 협상이 안 된다"며 "일방적 주장이나 요구는 지양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은 '절반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합병 후 20%의 시장 점유율이 기업결합을 금지해야 할 정도인지의 문제와 독과점 논란을 시장 전체로 볼지 아니면 특정 선박에만 국한해서 판단할 것인지, 기업결합에 따른 혜택이 누구한테 가는지 등이 복잡하게 걸린 문제라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승산이 50%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번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전담할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서는 "늦여름이나 초가을쯤에는 발족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회사를 만들고 관리대상 기업이 그쪽으로 이관되면 산은은 미래지향적 업무와 글로벌 업무, 자본시장 업무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의회·경남상공협, 대우조선 매각 산은에 우려 전달
거제시의회(의장 옥영문)는 지난달 25일 의회 의장실에서 강병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장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산업은행의 요청으로 이뤄진 간담회에서는 오는 11일께 체결될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업무협약'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시의원은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구조조정 진행·현대중공업의 수주물량 빼돌리기 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약화와 차츰 회복되던 지역 경제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옥영문 의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경남지역 조선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칠뿐 아니라 지역경제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업무협약 체결 시 대우조선해양의 독립 경영체제 보장과 시민들이 우려하는 사항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주고, 업무협약 진행 과정에서의 국회 보고자료가 거제시와 시의회에 지속적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소통창구를 정례화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회장 한철수)도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추진에 따른 경남지역 조선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 매각을 통한 민영화 발표와 관련, 경남지역 조선산업 경쟁력 유지 계획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