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 거기 있었는가?
그때 너 거기 있었는가?
  • 거제신문
  • 승인 20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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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진/영진교회 목사

17세기 유럽을 대표했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는 미술에 대한 천재적 소질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촉망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의 천재성은 유화, 에칭, 소묘, 종교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 다방면에 걸쳐서 지금까지도 미술 애호가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키는 1,000여점에 가까운 다작(多作)을 남긴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특별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중세 유럽을 대표했던 화가였기 때문에 그의 초상화 대부분은 성경 속의 인물들이었는데, 그 중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렘브란트’란 제목의 그림은 십자가상의 예수님과 두 강도, 그리고 십자가 주변에 둘러 서 있는 군중들을 그린 작품이었다.

렘브란트는 그림 가장자리에 전체 그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의 한 남자를 그려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이 사람이 누군가?’로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끝까지 그 비밀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그를 렘브란트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누구나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흑인 영가(Afro-American Spiritual Song)로 애창되다가 찬송가에도 수록되어진 ‘거기 너 있었는가 그 때엷(Were you there when they crucified my Lord)를 찬송할 때면 왠지 모를 숙연함이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와 경외감과 죄스러움이 혼재되는 경험은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주님이 그 참혹한 십자가에 달릴 때, 그리고 그 무덤 속에 뉘일 때, 두려움과 떨림으로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애써 십자가 위에서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시던 주님의 눈길을 외면했던 나. 그래서 오늘도 베드로처럼 눈물로 통회하고 있는 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구할 뿐이다.

국보1호 숭례문이 불타버렸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노래가 생각났다.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다음 날 아침부터 신문은 저마나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서로 네 탓이라며 날선 공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해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5마일 해상에서 원유를 수송하던 유조선과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부선이 충돌하면서 서해바다는 온통 검은 기름으로 출렁이고 있다.

바다 속 생명체는 순식간에 재앙을 맞아 떼죽음을 당했다. 평생을 푸른 바다를 등지며 살아왔던 태안 앞바다의 주민들은 언제 멈출지 모를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책임자는 어디에도 없다. 저마다 제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만 한다.

‘거기 너 있었는가 그 때에
오- 때로 그 일로 나는 떨려 떨려 떨려 거기 너 있었는가 그 때엷

의로운 생명의 죽음앞에 책임과 신앙의 예의를 갖춘 교회와 성도가 그리운 것은 나만의 독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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