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이소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이소
  • 거제신문
  • 승인 20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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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원 칼럼위원

무자년(戊子年)새해가 밝았습니다.

양력으로 치자면 벌써 한 달도 더 된 새해지만, 무자년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10간(十干)과 12지(十二支)를 조합해서 만드는 이 말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에서 나온 말이고, 그래서 음력 보름이 되기까지는 새해 인사를 드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이면 우리는 많은 계획들을 세웁니다. 돌이켜 보면 계획을 세워 놓고도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처럼 지키지도 못하고 이루지도 못한 일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의지가 박약한 면도 있고, 어떤 경우는 예기치 못한 일들로 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로 실패했다거나 기가 죽어서 지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이란 것이 원래 되는 일보다는 안 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100명을 세워두고 물어도 5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만이 그럭저럭 성공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저는 가끔 저가 겪었던 실패로 우울해 지거나 의기소침해 질 때면 정신이 박약하거나 지체가 불편한 시설을 둘러보곤 합니다. 그 시설에 계신 분들도 웃고 삽니다. 사람을 보면 반가워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신이 온전하고 사지가 멀쩡한 제 모습을 보면 크나큰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모님이나 주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수 없이 하고 싶은 게지요.
또 저 역시 하찮은 인간이라 가끔 소위 출세나 명예라는 것에 집착할 때도 있습니다.

그럭저럭 거제도에서 이름도 알려졌고, 밥도 먹고 사는데도 더 큰 명예나 지위 혹은 더 많은 재물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습니다.

엊그제가 설날이라 조상님들의 산소가 있는 공동묘지를 찾았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그곳에 계십니다.

더러는 알고 지냈던  분들이고, 더러는 참 꽃다운 나이에 이승을 버린 분들입니다. 더러는 부자로 사신 분들이고 또 어떤 이들은 제법 권세가 높거나 많은 공부를 하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남녀와 노소, 빈부와 귀천을 불문하고 그곳에서는 모두가 편안해 보입니다. 육신을 누일만한 조그만 땅만을 차지한 채 말없이 누워 계시는 것입니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또는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다툼을 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비석을 둘러봐도 100년을 넘게 사신 분들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젊음과 꽃 같은 아름다움도, 그토록 갈망하던 지위와 권세도, 모든 이가 가지고 싶어 하던 재물도 모두 버리고 여기에 계신 것이지요.

그러나 도전하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새해가 되고 새로운 시간이 앞에 놓여 있으니 새로운 계획으로 출발하는 것은 필요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과도한 욕심으로 스스로를 피폐하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리고 인생에는 실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연기된 성공이 있을 뿐이라는 말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한 해,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한 해,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에는 정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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