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썩어도 거제시는 “나 몰라”
조개 썩어도 거제시는 “나 몰라”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8.02.28
  • 호수 1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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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원인 모를 폐사 진행, 껍데기만 수두룩

어온어촌계, 해안 바닥 청소하고 원인규명 나서야

▲ 하청면 칠천도 어온마을 어촌계원들이 행망선을 이용해 마을지선을 훑어 죽어버린 새조개 껍질들을 수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장목면 일부해안 및 하청면 칠천도 어온마을 앞바다에서 새조개가 떼죽음 했다.

그러나 거제시는 정확한 실태조사와 원인규명에 나서지 않는 등 ‘배짱 행정’으로 일관, 어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칠천도 어온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2월께 어른 손톱크기의 새조개 수만미가 마을 앞바다에서 발견, 지난해 11월까지 정상적으로 생장했다.

그러나 올 1월부터 폐사하는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어온마을 앞 지선과 장목면 해안이 거대한 조개무덤으로 변해버렸다.

현재 어온어촌계에서 행망선을 이용, 1시간 가량 작업을 하면 80㎏짜리 자루 40개를 채울 많은 양의 새조개 껍질만 채취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새조개가 어촌계의 또 다른 소득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각별한 관리를 해오던 어민들은 죽어만 가는 새조개를 바라보며 허탈감에 빠져 있다.

어민들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약간의 폐사가 눈에 띄었지만 이 정도까지 폐사가 확산될 줄은 몰랐다”며 “정상적으로 채취가 됐으면 어촌계에 약 30억 가량의 소득이 생겼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민들은 조개폐사와 함께 거제시의 무관심과 탁상행정을 질책하고 있다. 새조개 폐사가 진행됐지만 시는 원인규명 등 어떤 대책 없이 마을어업권이 있는 연안 10m 지점까지만 조개채취와 바닥청소를 하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어업권이 없는 공유수면에 대해선 새조개가 죽어가든 썩든 손도 대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어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현재 마을어업권 밖 공유수면은 얼마만큼의 새조개가 죽어있는지, 얼마나 썩어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갑수 어온어촌계장은 “조개가 폐사한 진흙바닥에 어린 조개가 다시 붙으려면 조개껍질을 수거하는 청소작업이 꼭 필요하지만 행정은 마을어업권이 있는 지역만 허가를 내주고 있다”면서 “이대로 방치하면 바닥이 썩어 들어가 조개뿐만 아니라 일반 물고기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또 “어촌계에서 자비를 들여 연안바닥 청소를 하려해도 거제시는 마을어업구역 외에는 썩든 말든 상관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으로 연안은 물론 어민들의 속까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 관계자는 “공유수면에 어업허가를 내주는 일은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하는 등 폐해가 많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인공적인 청소보다는 자연 정화력에 맡기는 것이 생태계를 보존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민들이 바닥청소를 빌미로 공유수면에 살아있는 새조개를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하고 “빠른 시일 내 표본조사를 실시, 광역정화사업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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