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晉)의 평공(平公)이 신하 기황양(祁黃羊)에게 「남양현(南陽縣)군수가 비웠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다.
기황양은 「해호(解狐)가 적격입니다.」하고 추천한다. 평공은 깜짝 놀랐다. 해호라면 기황양과 오랜 원수 사이로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평공이 의아해 하자 기황양은 「공께서는 ‘마땅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셨기에 대답한 것뿐입니다.」 해호는 군수가 되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어느 날 평공이 묻는다. 「조정에 법관(法官) 자리가 비어 있네. 누가 적당하겠는가?」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 아들인 기오(祁午)를 추천한다.
「아들을 추천하면 남들이 웃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때도 똑같은 대답을 한다. 기오는 나중에 존경받는 법관이 된다. 진서(晉書)에 나오는 이야긴데 공자는 기황양이야말로 대공무사(大公無私)한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사람을 평가하여 천거함에 있어 재능이나 인품보다는 나와 얼마나 친한가 하는 사적인 ‘관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씨족이나 문중의식이 강하여 사돈의 8촌까지도 찾는 전통적인 관습이 있다. 그러므로 조선시대 지방관을 파견할 때에는 상피제(相避制)를 적용했다.
상피(相避)는 관료의 정실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기실은 지방토호와의 세력화가 두려워 자신이 자란 곳이나 본적지에 보내지 않는 향피제(鄕避制)와 한 곳에 오래 두지 않는 임기제(任期制)가 있었다.
앞으로 국세청 지방청장이나 세무서장을 임명할 때 지역세력과의 유착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향피제를 실시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야 할 만큼 대공무사하지 못하고 대사무공(大私無公)한 인물이라면 애당초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인사시스템에는 기황양 같은 참모가 필요할 것 같다.(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