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강화하긴 해야지
영어 공교육 강화하긴 해야지
  • 거제신문
  • 승인 20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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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배 칼럼위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어 공교육 강화가 강도 높게 주창되고 있다. 꼭 필요한 정책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국민의 대다수가 고등학교를 마쳤고 그래서 영어공부를 최소한 6년은 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진학했으니 영어공부를 10년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공무원교육원의 교관요원들은 외국어를 한 가지 씩 배워야 한다해서 영어와 일본어 교육을 시켰다.

그런데 어떤 20대 젊은이가 일본식 영어 발음을 하고 있기에 일본에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의 어느 시골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언뜻 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는 고등학교 영어선생을 했노라고 추억담을 잔득 늘어놓고는 헤어지면서 ‘굿도 고!(good go)’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굿바이!(good-bye)’라고 하면 될 것을….

하기야 지난날에 미국사람이 학교에 올라치면 영어선생이 먼저 도망쳤다고 하니 어찌 그 친구만을 탓할 수 있으랴.

군청(郡廳) 직원들에게 영어를 배우도록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서 가르쳤다. 수업이 끝나고 사무실에 들려 커피를 나누는데 어떤 분이 들려서 같이 커피를 마셨다. 그 분이 영어강사에게 무언가를 제법 길게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영어강사가 뭔가 대꾸를 몇 번 하는 것 같더니 조금 있다가 미안한 얼굴로 “죄송하지만, 조금도 알아들을 수가 없군요”라는 것이 아닌가.

그 분이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거친 분인데 말이다. 우리나라 고급공무원이 해외출장을 하면 ‘3S정책’을 썼다고 한다.

외국사람을 만나면 말이 안 되니 씩 웃을(smiling) 수밖에 없고, 회의 중에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잠만(sleeping) 자고, 여가만 있으면 쇼핑(shopping)이나 했다니 어찌하랴.

그 뿐인가 요즘 젊은이들은 대체로 회사에 토익(TOEIC)이나 토플(TOEFL)의 우수한 성적을 갖고 취직하고 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그들이 영어능력이 부족해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니….

하기야 토익이나 토플 강사들조차도 원어민(原語民)과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해 뭣하겠는가.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보려고 지금 과외수업이다, 기러기 아빠다 하여 한창이고, 그로 인한 사교육비 문제가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영어 공교육 강화는 필요한 것이다. 허나 새 정부인수위가 발표한 내용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

중·고등학교 전 과목을 영어로 교육시키겠다는 발상이다. 호주(濠洲)에서는 어느 초등학교 교장이 외국인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그 아이의 모국어 선생을 고용하여 자국의 문화와 영어권 문화를 동시에 이해시킴으로써 그 아이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기나라 말로도 이해가 어려운 수업을 개념조차 생소한 영어 전용수업이라니….

한 발 후퇴하여 영어시간에 국한한다니 다행이다.
또한 영어선생을 원어민 교사나 그에 준하는 교사로 대체하겠다는데 그 숫자가 2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과연 실현성이 있는 일일까.

어느 중학교의 원어민 선생이 말하기를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한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40명이라서 한 시간에 한 학생이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분도 안된다고 하며, 과외수업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섞여있어 일률적으로 가르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적정 학생수로 나누어 필요한 영어선생으로 충당하려면 그 숫자는 엄청나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는데, 왜 굳이 선생을 바꾸고 그 수를 늘려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고정관념을 깨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어느 조그만 시골 정(町·지방자치단체)에서는 쌍방향 방송시스템을 설치하고, 주말에 원어민 유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여 교재를 녹화(錄畵)하여 필요한 시간에 TV방송으로 외국어교육을 시키고 있는 방법도 참고가 될 것이고, 프랑스처럼 원어민이 등장하는 화상(畵像)교육도 생각해봄직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일제가 망쳐놓은 영어교육의 방법과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최소한 영어권과 상종하면서 지구촌 시대에 뒤지지 않는 날을 하루 빨리 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위한 신중한 접근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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