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뿐입니다. 거제수협의 최일선인 위판장에서 어민들과 부대끼며 함께 웃고 우는 일상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낍니다.”
거제수협 장승포위판장에서 10여년째 경매사로 근무하고 있는 강록수씨(38)는 어민들이 고생해서 잡아온 고기들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 그날 하루가 보람되고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 94년 거제수협에 입사, 사업유통판매과에 발령받아 98년부터 경매사로 일해 온 강경매사는 쉬는 날도 없이 거의 매일 출근해 경매를 시작한다.
보통 6시부터 시작되는 경매가 물량이 많으면 밤늦게까지 이어지기 일쑤지만 힘든 기색도 없이 가격만 잘 나오면 연방 싱글벙글이다.
요즘은 비수기(2월-4월)라서 조금은 한가하지만 봄멸치가 본격적으로 어획되면 눈코뜰새 없을 것이다.

“어이이이~~.”
끊길 듯 이어지는 쩌렁쩌렁하고 굵직한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강경매사의 눈이 매섭게 움직이더니 최고가를 표시한 중매인을 어김없이 찾아내 가격을 낙찰한다.
주로 경매되는 어종은 멸치 고등어 오징어 청어 등이며 인근 선망과 정치망 권현망에서 잡아 올린 선어들이다. 경매사의 흥정소리에 중매인들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더니 고기들은 제각기 주인을 찾아간다.
경매는 흥이 있어야 흐름도 자연스럽고 거래도 잘 된다는게 강경매사의 지론이다. 시끌벅적한 경매장도 한때 뿐, 경매가 끝나면 낙찰된 생선들은 여기저기로 빠져나가고 어민들의 호탕한 웃음들이 오간다.
그러기도 한때, 또다시 고깃배가 들어오면 경매가 시작되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경매사를 시작할 때 다소 부담스러웠던 비린내도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됐고 정겹기만 하다. 경매장에서는 70대 할아버지도, 20살 청년도 모두가 형님 또는 동생으로 통한다.
경매가 끝나면 “동숭아 한 잔해라” 하고 불러주는 70대 할아버지의 걸걸한 목소리가 반갑고, 정겹게 권하는 소주잔이 고맙다.

강 경매사는 “경매가가 잘 나와서 고맙다고 어민들이 소주 한 잔 권할 때 경매사로서 가장 보람되고 이 일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고 어민들이 좋은 가격에 생선을 팔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열심히 흥정을 하지만 중매인들의 손가락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가격마저 떨어지면 어깨에 힘이 빠지면서 어민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는 강 경매사.
“경매사의 생명은 중매인들이 제시하는 최고가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매서운 눈매와 경매장을 압도하는 목청”이라고 주장하는 강 경매사는 목소리 보호를 위해 4년전 금연까지 실행에 옮겼다. 그만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일운면 구조라 어촌에서 태어나 군대 3년을 제외하고 줄곧 거제에서 생활해 왔다는 토박이 거제사람인 강 경매사.
“첫 인상은 다소 험상궂지만 알고 보면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거제도 머슴아”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