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결혼식이 가장 적은 달은 어느 달일까.
여름인 7, 8월로 생각했다면 답은 X. 정답은 음력 2월이다. 거제 등 해안을 낀 지역에서는 음력 2월을 ‘바람 드는 달’이라고 하여 예식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 드는 달’은 바람이 세게 부는 달이라는 의미다. 옛날 봄이 되는 음력 2월부터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어민들이 바다에서 강풍을 만나 좌초되는 경우가 잦아 딸을 가진 부모들은 결혼을 꺼렸다.
말로 전해져 내려오는 속설인 ‘바람 드는 달’ 때문에 해마다 음력 2월이면 거제의 예식장들은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다.
4일 전문예식장인 신현읍의 웨딩블랑에 따르면 음력 2월인 3월8일부터 4월5일까지 예식예약은 모두 5건으로 1월의 30여건, 설 연휴와 정월대보름이 끼었던 2월의 10여건에 비해 턱없이 적다. 1월과 2월의 15%~4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웨딩블랑 관계자는 “지난해 음력 2월에는 단 한 건밖에 예식을 올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5건이나 돼 그마나 형편이 나은 편”이라면서 “음력 2월의 예식은 거의 교회 신도이거나 ‘바람 드는 달’을 신경쓰지 않거나 모르는 고객의 예식이 주를 이룬다”도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여름은 각종 할인 행사 등을 내세워 예식고객을 붙잡아 오고 있지만 해마다 음력 2월이면 어떤 이벤트도 먹히지 않는다. 거의 예식이 없어 가장 힘든 시기여서 예식업계에선 마의 음력 2월로 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모씨(65·옥포2동)는 “옛날부터 음력 2월을 ‘바람 드는 달’이라고 해 결혼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조금 빨리 날을 잡거나 아예 음력 3월이나 4월로 미뤄 결혼날짜를 잡아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모씨(47·하청면 하청리)는 “매년 5월과 10~12월이면 축의금 때문에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매년 음력 2월이면 ‘바람 드는 달’이란 속설 때문인지 축의금도 거의 나가지 않는다”면서 “음력 2월만 계속되면 좋겠다”고 농을 섞었다.
한편 ‘바람 드는 달’의 속설이 어촌마을을 중심으로 구전돼 내려오다 사람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음력 2월의 결혼을 꺼리게 됐고, 최근에는 ‘바람 든다’가 ‘바람 난다’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