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금공장 반대와 석산허가 반대시위는 등교거부 철회와 관계없이 계속 투쟁해 나갈 계획이다.
<1신>
“저와 우리학생들은 학교를 가고 싶어합니다. 거제시장은 깨끗한 거제도를 만든다고 우리는 믿었습니다. 막상 이렇게 되니깐 시장님은 우리를 물로 보고 관두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 우리 오비를 살려주시고 깨끗한 학교에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종민 학생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오비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거제시와 맞서고 있다.
도금공장 허가 취소와 석산 개발 신청 허가를 반려할 것을 거제시에 요구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비주민들이 수차례의 반대 진정서 제출과 반대집회, 1인 시위, 길거리 시위, 그리고 거제시장 항의방문 등을 통해 도금공장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밝혔지만 허가권자인 김한겸 거제시장은 단호하다.
결국 주민들은 ‘등교거부’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등교거부에 이은 지난 4일 시청 옆 주차장에서의 세 번째 반대집회 및 길거리 시위에도 김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5일째 등교거부
오비초등학교(교장 유순종)가 지난 8월31일 개학했지만 9월5일까지 5일간 등교한 학생은 21명밖에 되지 않았다.
방학이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시끌벅적해야 할 교실은 텅 비어 버렸다. 선생님들만 학교에 나와 오지 않는 학생들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주민들은 1인 시위, 반대집회 및 가두시위, 수차례의 거제시장 항의방문에도 도금공장이 지난 8월22일자로 허가되자 등교거부를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8월31일(개학날)에 맞춰 시작된 등교거부는 닷새째인 9월5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개학 후 5일까지 등교한 학생은 개학날 2명, 9월1일 12명, 2일 2명, 4일 3명, 5일 2명 등 모두 21명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지난 4일 학생들과 함께 반대집회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은 데려오지 않았다. 대신 오비 신우마리나 아파트 103동 옆 놀이터에 학생들을 모아 자치학교를 운영했다.
자치학교에선 1교시 도금공장 관련 대통령, 업주대표, 교육장에게 편지쓰기를 했고, 2교시 그림그리기, 3·4교시에는 각 학년별로 수업을 했다.
주민 1백50여명은 4일 오전 9시부터 시청 주차장에 모여 반대집회를 계속했다. 주민들은 집회현장에서 시장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시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현장에 나온 백종철 건설도시국장이 지금까지 해오던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오히려 주민들을 더 흥분시켰다.
흥분한 주민들은 길거리 시위에 앞서 오전 11시50분께 시청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들에 의해 저지 당하기도 했다.
1백50여 주민들은 시청을 출발 신현읍 사무소와 고현네거리를 거쳐 중곡동까지 길거리 시위를 통해 도금공장 결사반대를 목청껏 외쳤다.
등교거부 닷새째인 5일에도 등교거부는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오비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자치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신우아파트 놀이터로 나와 각 학년별로 학생들과 방학 후 첫 만남을 가졌다.
5일 저녁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등 관계자들이 모여 6일 등교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해 이번 사태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 호소문 등 안간힘
개학날인 8월31일 단 2명의 학생이 등교하자 교육장, 거제시청 총무과장, 허가과장 등이 오비초등학교를 찾아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교사들은 마을 이장 등을 찾아 학교에 나올 것을 요구하는 방송과 호소문을 작성해 전달하고, 학생 집에 전화를 걸어 학교에 나올 것을 설득했지만 학부모들은 등교거부를 철회하지 않았다.
학교측은 ‘학부모님 학생들을 학교로 보내주시길 호소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오비초등학교 교사들도 학부모님만큼 우리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지금 현상에 대해 너무나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음을 생각하시고,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이 교실이 떠나갈 만큼 웃음소리가 교문을 넘쳐 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실 것을 믿습니다”며 학생들을 학교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과제 등 주요 수업내용을 올리고 학습과제를 내는 등 사이버 학습을 운영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등교거부’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5일 자치학교(담임 선생님들이 현장수업형태)를 찾은 학교 관계자들이 학부모를 설득하는 등 등교거부를 막기 위한 학교측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도금공장 사태 후유증
도금공장 허가에 등교거부가 이어지면서 전학을 갔거나 전학을 고심하는 학부모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개학 후 오비초등학교에서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 간 학생은 모두 3명으로 확인됐다.
오비초등학교에 따르면 9월1일은 1학년 학생이 동부초등학교, 2일은 3학년 학생이 중앙초등학교, 4일은 4학년 학생이 중곡초등학교로 각각 전학했다.
3명 모두 도금공장 허가에 따른 전학으로만 보기엔 문제가 있지만 개학 후 곧바로 전학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비초 학부모 A씨는 “도금공장 허가를 등교거부로도 막을 수 없다면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수 밖에 없다”면서 “미리 미리 갈 곳을 알아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B씨는 “거제도 내려와 여기 처음 정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어 고향과도 같은 곳인데 도금공장 허가가 취소되지 않는다면 떠나야 하지 않느냐”며 “다른 집들은 갈 곳이라도 있지만 나는 갈 곳이 없다”며 걱정했다.
오비주민 도금공장 반대 일지
2006년 4월10일 (주)삼녹 도금·도장공장 창업사업계획 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