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없는 세상
거짓말 없는 세상
  • 거제신문
  • 승인 200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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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길 거제수필 회원

최근 신문지상에 스캔들과 비리의 보도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청와대의 고위 관리 두 명이 뇌물, 비리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재판에 계류 중이고, 국세청장은 현직으로 구속되었으며,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범죄 연루설로 홍역을 치르고 있고, 국내 최대기업은 비자금과 상속 의혹, 부적절한 떡값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관리와 국세청장의 경우에는 과거의 비리사건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그것은 언론의 의혹제기, 검찰수사, 본인부인, 청와대도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 구속…의 순서인 것이다.

이런 상투적인 수순을 지켜보면서 몇주 후에는 실체가 드러나 자신을 중용한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누를 입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최대한 버틸 때까지 거짓말로 청와대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당연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나, 고위관리는 중요한 공인이며, 그의 거짓말은 그를 중용한 대통령을 더욱더 깊은 곤경에 빠뜨리는 것으로 뒷맛이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초기에 모든 걸 털어놓고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죄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이런 작금의 상황에 나는 청와대에 거짓말 탐지기를 설치해 두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언론에 의혹이 제기되면, 대통령 입회하에 거짓말 탐지를 해보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탐지기가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중용한 대통령 앞에서는 호흡과 맥박이 빨라질게 틀림없다.

거짓말탐지기는 영어의 ‘lie detector’를 직역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자각증세와 심적변화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각종 반응을 이용하여 피의자 진술의 진위성을 판별하는 장치이다.

이 기기가 관련분야에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의 신뢰성, 정확성에서는 문제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에는 보다 발전된 정밀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유사한 기기가 등장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곧 도입될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이름하여 뇌파분석기. 거짓말탐지기는 호흡, 심장, 손가락, 안구 등의 변화를 감지, 기록, 판별하는 것임에 비해 뇌파분석기는 최첨단 수사과학의 일환으로 뇌파분석장치를 수사에 응용하는 것이다.

관련 당국에서도 이와 함께 이번에 종전의 ‘거짓말탐지기’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의 이해가 쉽고, 영문 명칭인 ‘lie detector’를 직역하여 사용해 왔지만, 이 용어가 인간의 정신을 분석,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는 기계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과 이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게 아니냐’하는 등의 의견 때문에 용어 변경을 추진 중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

어찌되었거나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이런 탐지기와 분석기가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 이상적인 세상은 유사 이래로 없었고, 또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고, 순간 임시모면의 거짓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지금 유력한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지, 또 후보가 범죄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진실인지, 국내 최대 기업은 진정 법적으로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지 세월이 지나면 역사가 증언할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면 쓸쓸해지기도 하고 겸허해 지기도 한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언제나 당당하고 싶다. 하물며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의혹이 발생되는 순간, 아니 의혹이 발생되기 전에 스스로 고백하는 멋진 지도자를 보고 싶다. 우리의 신명나는 국민들은 죄는 미워하되 그 지도자, 그 기업을 더욱더 사랑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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