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과적 트레일러’ 안전은 뒷전
‘달리는 과적 트레일러’ 안전은 뒷전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8.03.20
  • 호수 1
  • 1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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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구조물 싣고 안전기준 무시 운행, 적재물 사고 빈번

제한차량 운행허가 기준·초과 적재 허가신청서 유명무실

안전기준을 무시한 채 적재물을 싣고 달리는 트레일러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거제시를 운행하는 트레일러들은 하루 1,000여대로 대부분의 차량들이 초과적재물 허가 신고증을 경찰서에서 교부받아야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트레일러에 실린 초과적재물에 부딪쳐 일반 차량 운전자가 숨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3시10분께 사등면 두동리 지방도 1018호선 도로에서 노모씨(43)가 운전하던 봉고 트럭이 맞은편에서 오던 트레일러(운전자 박모씨·37)의 적재물과 부딪쳐 노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날 사고는 연초면 오비리 A공장에서 길이 7.4m, 폭 6.8m, 높이 2.4m, 무게 13t에 달하는 대형 철 구조물의 도장작업을 위해 사등면 두동공단으로 운송하던 도중 발생했다.

도로 폭이 3.4m인 편도 1차선에 트레일러 차체보다 3배가량 넓은 철 구조물을 적재한 채 오르막 커브길을 운행하다 마주오던 트럭이 트레일러 양쪽으로 2.16m씩 튀어나온 철 구조물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17일 오전 8시45분께 둔덕면 학산리 학산쉼터 앞 편도 1차선에서 조선기자재용 철판을 싣고 가던 트레일러가 커브를 돌다 뒤집히면서 중앙선을 침범, 반대편 갓길에 있던 보행자를 치여 숨지게 했다.

또 2006년에도 트레일러에 실린 철 구조물과 버스가 부딪혀 7명의 사상자가 나는 등 해마다 적재물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 조선경기 호황이 계속되면서 안전기준을 무시한 채 조선기자재를 운송하는 대형트럭이 도로를 점령,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새벽 발생한 사등면 두동리 지방도 1018호선 사고 모습.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8조는 분할이 불가능해 안전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화물을 수송하고자하는 경우에는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자동차 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적재상태의 사진 등을 첨부해 안전기준 초과적재 허가신청서를 작성, 출발지 경찰서장에게 허가증을 교부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대형차량들이 이 같은 허가증을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도로를 운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한 개인 운전자의 경우 인허가에 따른 시간적·비용적 문제를 이유로 허가증 교부를 꺼리고 있고 더 큰 문제는 단속되더라도 10만원 미만의 범칙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거제시의 제한차량 운행허가 기준이 유명무실한 것도 대형차량들의 불법 운행을 부추기는데 한몫하고 있다.

과적차량들로 인한 도로 파손은 물론 심야시간대를 이용하는 대형차량들이 과속·위협운전을 일삼아 대형 인명사고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적재초과에 따른 거제시 허가 기준은 국도14호선(옥포동↔마전동)의 경우 길이 24m, 너비 3.5m, 높이 4.5m, 총중량 40t이며, 도시계획도로(신현읍·옥포동·능포동·장승포동·마전동)는 길이 21m, 너비 3.4m, 높이 4.5m, 총중량 40톤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타 지방도의 경우 길이 21m, 너비 3.5m, 높이 4.5m, 총중량 40톤이며, 국도14호선 통영↔거제구간은 높이를 4.2m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기자재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에 이 같은 운행허가 기준은 단순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또 대부분의 협력사들이 시 외곽지역에 위치, 편도 1차선에 불과한 지방도를 수시로 이용하고 있어 행정과 경찰의 철저한 단속이 요구되고 있다.

시민 이모씨(42·신현읍)는 “연초면 한내 오비지역 도로는 조선기자재와 철구조물 등을 실은 대형 트레일러와 각종 공사 차량들의 과속·난폭운전으로 운전자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조선협력업체가 들어서는 지역의 도로나 교통상황이 어떠한지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무작정 공장허가를 남발하고 있는 거제시는 지역경제를 볼모로 시민안전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시민 신모씨(38·연초면)는 “새벽시간대 국도 14호선을 달리다 보면 대형 철 구조물과 철판 등을 적재한 트레일러의 무법질주로 아찔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특히 지방도의 경우 트레일러 적재화물 폭이 2차선을 거의 차지해 교행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 조선기자재 공장 인근을 지날 때는 서행운전을 하며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대형구조물 이동시 반드시 유도차량을 전·후방에 배치시키고 각 업체별 화물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라면서 “거제시 등과 협의를 거쳐 합동단속반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거제지역의 특성상 대형화물 운송이 반복된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철저한 단속과 함께 대형구조물의 해상운송 유도와 분산돼 있는 협력업체를 전용공단에 입주시키는 방법 등도 고려돼야 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경찰과의 합동 단속을 통해 미허가 대형차량에 대해 단호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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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08-03-23 19:28:23
너비가 6.8m나되는 대형구조물이 도로를 다니게 될 경우 사고가 날 것을 뻔할듯 한데, 도로상에서 운반을 하려했다는게 이해가 안됩니다. 더구나 2차도로를 6.8m나 되는 구조물을 옮기려하다니... 그것도 새벽시간에... 솔직히 새벽시간에 도로를 가보면 과속차량이 많아서 더 위험합니다.

시청, 경찰도 문제지만, 지속적으로 원인을 제공할수밖에 없는 선박업체 '대우,삼성'의 향후 대책도 듣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넓은 사업용 도로가 개설된다거나, 사고유발지역에 위치한 조선협력업체들이 문을 닫지않는 이상 21만 거제시민의 안전확보를 위한 좀더 현실적인 대안도 마련해주세요!! 왜 그런 위치에 있는 업체에게 그렇게 큰 구조물의 발주를 주셨는지...

윤독자 2008-03-21 19:16:58
누구의 잘못인가요. 우리스스로 지키야할 것은 꼭 지키는 시민이 되었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