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들 상담하며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문제아들 상담하며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 배창일 기자
  • 승인 2008.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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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청소년종합지원센터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

“우리주변의 위기 청소년 대부분은 아주 작은 도움만으로도 스스로 길을 찾고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믿음을 쌓아가며 올바른 성장을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거제시 청소년종합지원센터 청소년동반자 프로그램 동반자 교사들이 그 주인공.

동반자 교사 한명이 맡고 있는 위기 청소년들은 6명. 매주 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주다보면 일주일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동반자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위기 청소년은 다변화 된 사회만큼이나 다양하다. 가출과 도벽 등을 일삼는 비행청소년은 물론 왕따, 무단결석 등의 학교 부적응자,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위기가정 자녀, 자살·자해·인터넷 중독 등의 은둔형 외톨이까지 현재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위기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들 모두가 동반자 교사들의 상담 대상자다.

▲ 거제시 청소년종합지원센터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 동반자 교사들. 사진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욱 김선정 강영순 김영란 여덕희 박은희씨.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혀 가며 열과 성을 다해도 닫혀 있는 마음을 열기가 만만찮다. 그래서 휴대폰 문자와 인터넷 채팅, 미니홈피 등을 이용해 거의 매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좋아하는 PC게임이나 만화는 제목만이라도 달달 외우는 작은 노력들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올해 처음으로 동반자 교사를 시작한 강영순 교사(39·아주동)는 “친척 집안에 가출 등으로 방황하는 아이가 있어 청소년동반자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사회복지활동의 한 영역이라 생각하고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조금씩 다가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모는 부모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동반자 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너무 강압적이어서도 안 되지만 무작정 아이들에게 끌려가서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은희 교사(50·신현읍)는 “거제시 청소년 상담실에서 열린 학부모 강연 프로그램을 체험한 뒤 “어떻게 이런 교육을 받지 않고 한 아이의 어머니 노릇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 못지않게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과 만나며 겪게 되는 어려움이 큰 만큼 변화된 그들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감동은 특별하다.

김영란 교사(41·옥포동)는 “상담을 받은 어린 친구들이 점차 안정되고 절제하는 법을 배우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가슴 가득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반자 교사들은 도움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한계를 알게 될 때가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털어놨다.

여덕희 교사(44·신현읍)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아이의 경우엔 어떤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정신과 치료나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때에 아이 부모가 설득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동반자 교사들은 거제지역에 아이들의 쉼터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소년동반자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관, 단체, 개인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기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마음을 놓고 평이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부방도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나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동반자 교사들은 자신의 노력이 거제사회를 더욱 밝게 만들어가는 작은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정욱 교사(51·마전동)는 “남편이 제자리에 있고 아이들이 잘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에게 너무 고맙고 가진 게 많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남편이 나에게 동반자 교사 생활을 하면서 철이 들었다고 농담을 건 내기도 한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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