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291명·초등 166명 긴급 돌봄 신청

겨울방학에 이어 봄방학도 끝난다며 한숨 놓던 학부모들이 개학연기 발표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가 확정되면서 맞벌이가정과 한부모가정 등은 아이 맡길 곳이 없어 고민이다. 돌봄교실에 보내자니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고 어린 자녀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기 때문.
경상남도교육청은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2020년도 개학을 2일에서 오는 9일로 일주일가량 연기했다. 또 각종 학원에도 휴원을 권고하는 한편 학생들은 PC방·독서실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자제를 안내했다.
이에 따라 거제교육지원청은 개학 연기기간 맞벌이가정 등 가정내 돌봄이 어려운 유·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긴급하게 돌봄 수요를 조사해, 유치원 원아 전체 4517명 중 291명(2월26일 기준)이 현재 긴급 돌봄을 신청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1만8677명중 166명이 긴급 돌봄을 신청했다. 겨울방학 기간동안 돌봄을 신청한 1160명에 비해 15%대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는 학부모들이 단체활동을 꺼리고 학교방역을 신뢰하지 못해 자녀가 차라리 집에서 머무는 게 낫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학부모들이 감염을 우려해 유치원 단체돌봄 대신 주위에 자녀를 맡길 곳을 알아보다 여의치 않을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돌봄을 신청했다는 말도 있다.
거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개학연기에 당황하는 면이 있다"며 "접수기간을 넘어 뒤늦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 계속적으로 접수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A(38·수양동)씨는 "아이들이 다니던 미술·피아노 학원도 잠정 휴원중이라 종일 같이 붙어있다"며 "자영업을 해서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을 가게에 데리고 온다. 맞벌이 부모를 제외하면 되도록 돌봄교실 등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 아이를 보내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학교에서 긴급 돌봄을 한다지만 단체 공간에 두기가 불안하다. 아침 출근길에 근처 시댁에 데려다 주고 퇴근길에 데리고 온다"고 했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C(41·장승포동)씨는 "방학이 두 달 째다. 애들도 학원에 안가서 지루하지만 엄마들도 미칠 지경"이라며 "집에서 학습지를 3개 하는데 학습지 교사 방문도 꺼려지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유·초·중학교의 개학이 미뤄진 것과 동시에 일반학원이나 각종 예체능학원의 휴원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능포동의 한 태권도학원은 휴관으로 인한 교육비를 3월 회비에서 감액 조치해 주겠다는 문자를 학부모에게 발송하면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적어 학부모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D 어린이는 "개학이 늦춰져 더 많이 놀 수 있어 좋지만, 놀이터 등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는 없다"며 아쉬워했고, 중학교 2학년인 E 군은 "집에만 있어야 하니 종일 스마트폰을 보거나 컴퓨터게임만 하게 된다. 답답하고 지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