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른 약국에서 이미 마스크를 구매하셔서 추가 구매는 안 됩니다” 인근약국에서 1차로 마스크를 구매하고 3시에 판매한다고 공지돼 있는 또 다른 약국 앞에서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A모씨. 약속한 3시가 돼 드디어 약국으로 들어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손을 내민 A씨는 당황했다.

지난밤 방송과 뉴스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약국을 찾았지만 1주 1인 2매 구매 한도의 원칙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은 결과다. 이렇게 미처 대책을 숙지하지 못하고 약국을 찾는 시민을 안내하는 사람은 애먼 일선 약국의 약사나 그 종사자들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정부가 유통의 전 과정을 사실상 100% 관리하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대책’(마스크5부제)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족한 마스크 수급으로 국민들의 불평이 폭발하자 이를 개선해 수급을 안정화시키고 공평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책이다. 그동안 폭증하는 마스크 수요에 비해 현실적인 생산능력이 부족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줄서기와 사재기 등이 발생하는 등 원성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대책에 기대를 걸어볼 일이다.

하지만 공적 마스크의 보급을 맡은 약국 측에는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라며 난색을 표한다.

지난 9일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고 처음 적용되는 월요일 아침 8시 반. 약국 문도 열기 전에 그 앞은 긴 마스크 대기 줄이 생겼는데 주로 연장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약국 문을 열자마자 안으로 들어온 행렬은 “마스크는 언제 오느냐” 묻고, 주민증을 내보이며 “이 번호는 오늘 사는 날이 맞느냐”, “손주 것도 사 가면 되느냐”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고현동 B약국의 한 약사는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기 전부터 관련 문의로 전화가 1일 150통은 왔을 것”이라며 “어떤 손님은 약국에서 마스크 빼 돌리는 건 아니냐고 따지기도 한다. 약국 본래의 업무인 조제나 손님 응대가 안 될 정도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대기하는 마스크 손님을 무작정 서 계시라 할 수도 없다”고 난처해 했다.

또 약사나 업무 종사자가 소수인 약국의 경우 마스크 판매 업무처리에 애로가 많다. 마스크 손님이 일단 방문하면 주민증 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해 중복구매 여부를 조회한 후 판매하는 체계다 보니 1인 구매자를 응대하는 데도 어느 정도 절차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출생연도에 따른 구매 요일이 아닌 손님이 구매를 요청하거나, 10세 이하 어린이나 80세 이상 어르신의 동거인이 마스크를 대리 구입할 때는 일이 복잡해진다. 주민등록등본 같은 다른 서류의 구비 여부를 확인하고 안내도 해야 해 인력이 더 소모된다는 평이다. 약사가 여러 명 근무하는 약국의 경우에는 약 조제와 손님설명, 마스크판매 업무를 배분해서 업무를 진행했다.

10일 고현동 C약국 약사는 “마스크가 어제, 오늘 250장으로 전 약국에 똑 같은 수량으로 하달되고 있으며 장당 일률적으로 1500원으로 판매 중이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판매 시간은 4시로 고정해 공지한다. 저희 자체적인 약국 업무도 봐야 해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장기요양급여수급자, 10세 이하(2010년 포함 그 이후 출생한 어린이) 80세 이상 (1940년 포함 그 이전 출생한 어르신)인 경우 대리 수령이 가능한데 주민등록상 동거인(장애인은 대리인)이 대리 구매 대상자의 5부제 요일에 맞춰 필요서류(주민등록등본 등)를 소지해 구매할 수 있다.

다음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마스크수급 안정화 대책의 요지다.

1주당 1인 2매 구매제한, 요일별 구매 5부제, 중복 구매 확인시스템 가동 등의「마스크 3대 구매 원칙」마련·시행

1주당 1인 2매 구매제한, 요일별 구매 5부제, 중복 구매 확인시스템 가동 등의「마스크 3대 구매 원칙」마련·시행

 ➊ 약국을 중심으로 1인 2매(1주간 구매 한도) 판매
   * 1주일 산정단위: 월요일~일요일
 ➋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5부제 판매* 시행
   * (월~금)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두 개 연도씩 배분 / (주말) 주간 미구매자
      - 예 : 1963년생은 수요일에 구매, 구매하지 못한 경우 주말(토~일)에 구매

➌ 중복구매 방지를 위해 신분증과 구매이력 확인 후 판매하는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 가동

                             <마스크 3대 구매원칙별 시행 시기>

   * 농협·우체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통합시스템 구축

본인이 직접 약국을 방문하여 주민등록증 등 공인신분증을 제시하고 구매하는 것이 원칙

정칠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