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이고 굴러다녀…여기에 불친절은 덤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위생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지만 정작 일부 면·동주민센터 민원테이블과 공무원 책상 위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원테이블은 서류발급을 위해 필기구로 작성하거나 담당공무원이 일처리를 하는 동안 마주앉아 기다리는 곳으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청결해야 하는 곳이다.
A주민센터에 들러 인감증명 발급을 신청한 주민 B씨는 "민원테이블에 비치된 때묻은 필기구를 쓰는 것도 이 시기에 꺼림직한데, 테이블 여기저기 스티커나 유리테이프를 떼어내고 난 흔적들이 까맣게 눌러 붙어있어 정말 불쾌했다"며 "마주앉은 공무원이 사용하는 컴퓨터모니터의 뒷편 책상 위는 뭉친 먼지덩이와 클립·옷핀·스티커·종이자투리 등이 뿌연 먼지와 함께 나뒹굴고 있어 도저히 두 눈 뜨고는 못볼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위생적인 환경도 불쾌감을 주는데 공무원들이 불친절하기까지 해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B씨는 주민센터를 나와 인근 은행을 찾아 업무를 봤다. 그는 "주민센터와 달리 은행은 영업을 목적으로 해서인지 손님용 테이블이나 사무책상이 정말 깨끗해 주민센터와 너무 비교가 됐다"며 "은행직원들은 언제 찾아가도 밝게 웃어주기까지 하니 기분이 좋다. 면·동주민센터나 은행 등은 민원인을 대하는 것은 똑같은데 위생상태나 친절도는 전혀 다르다. 거제시 공무원들이 이런 점은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녀교육비 지원 신청을 위해 C면사무소에 들렀던 주민 D씨는 출입구 앞에 따로 마련된 책상에서 두 명의 공무원과 책상을 두고 마주앉아 서류를 작성했다.
D씨는 "공무원이 사용하는 컴퓨터모니터 옆으로 먹고 남은 종이컵·구겨진 메모지·핸드크림·인주가 잔뜩 묻은 필기구·버려진 휴지 등 정말 지저분하기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마스크를 끼고 책상 위에 손소독제 한 병을 올려둔 게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보러 왔다 오히려 코로나 병을 얻어 갈 판이었다"고 혀를 찼다.
한편 면·동주민센터 출입구 유리문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멈추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문이 버젓이 붙어 있다. 민원 테이블과 직원용 책상 여기저기에 손소독제도 많이 비치돼 있고, 화장실이나 바닥·유리창·휴지통 등은 외부 청소인력을 둬서인지 비교적 청결했다.
그러나 외부 청소인력의 손이 미치지 못한 탓인지 공무원이 앉은 책상위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시민들의 눈이 가장 먼저 가는 담당공무원이 사용하는 책상 위와 컴퓨터모니터 주변은 어지러워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거제시는 종합 7.58점으로 청렴도 4등급을 받았다. 이는 2018년보다 1등급이 내려간 성적이다.
이와 관련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해 12월13일 단순히 공직내부 금품수수 등 고질적인 부패행위가 없는 것만이 청렴한 것은 아니며 공무원의 불친절한 행동·언행도 청렴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청렴도 향상 간부 대책회의에서 지시했다.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마스크로 입·코를 막고 세정제로 손소독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 코로나 정국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주민들이 사용하고 눈으로 보게 되는 책상 위부터 청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