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외포항 앞바다는 봄멸치잡이가 한창이다. 생멸치 박스당 가격대는 작년에 비해 만원정도 내려 형성되고 있으나 인근 식당가에 멸치요리를 찾는 미식가의 발길은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상인들은 한숨이다.
지난 8일 오전 장목면 외포항 앞바다는 나른한 봄철, 입맛을 돋우기 좋은 봄멸치 잡이로 분주했다.
은빛비늘을 번쩍이는 멸치를 가득 실은 배가 항에 들어오자 멸치를 배에서 내리기 바빴고 인근 식당주들은 배에서 내리는 생멸치를 즉석에서 흥정하며 사다 날랐다. 때를 알고 모여든 상인들은 생멸치로 버무려 상품화된 젓갈을 차에 실어내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외포항의 봄 멸치잡이는 지난달 10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이어진다.
회무침을 맛보기에는 3·4월이 가장 적기다. 기온이 찬 시절에 먹어야 비린 맛이 덜하고 육질이 더 찰지기 때문이다. 8월 이후 이듬해 3월 전까지 권현망어업으로 잡히는 멸치는 볶음이나 육수용 멸치로 쓰여 용도가 다르다.
거제수협 외포위판장 관계자는 "잡은 생멸치는 박스당 2만원대에서 3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며 "매일 경매가가 달라지지만 작년에 비해 멸치 박스당 시세가 만원정도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요가 준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외포항에서는 10여척의 어선이 멸치잡이에 나서고 있으며 한번 바다로 나간 배는 어선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어선당 대략 100박스에서 300박스 정도의 멸치를 어획한다.

외포 토박이인 김길연(76)씨는 "외포 앞바다서 잡히는 멸치는 부산 기장멸치나 남해 미조항 멸치에 비해 크기가 잘고 은빛이 선명하다. 또 육질이 부드러워 단맛이 나고 육즙이 많이 나와 훨씬 맛있다"고 소개했다.
이맘때 잡히는 멸치는 멸치떼를 쫓아가 그물을 던져서 잡는 '유자망'어업이다. 봄멸치는 어른 손가락 굵기보다도 더 크고 기름져 횟감으로 좋고 젓갈용으로도 쓴다.
외포 어부들은 봄멸치중 그물에 걸려 털어내 생산하는 일반멸치에 비해 바다에서 잡힌 즉시 배위에 옮겨져 실려오는 멸치를 '웃장멸치'라고 부른다.
웃장멸치는 신선도가 좋고 몸체에 흠집이 없어 주로 인근 식당에서 횟감용으로 가져간다. 웃장멸치를 제외한 그물털기로 나온 멸치는 내장이 터지거나 몸체에 흠집이 나는데 이것은 주로 젓갈로 담가진다.

젓갈로 상품화된 멸치는 지역농협의 중개로 경남권의 타 농협 하나로마트로 공급되기도 하고, 각지에서 찾아드는 상인들로 인해 판로에는 큰 걱정이 없는 편이다.
외포항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작년 같으면 멸치회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인해 외포항이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손님이 3분의1로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지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의 발길이 묶이다 보니 여행길에 식도락을 즐기려 들리는 미식가들의 발길도 끊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포항에서 이맘때 볼 수 있는 '멸치털이' 진풍경은 멸치비늘이나 기름으로 항 주변이 오염된다는 이유로 항구에서 떨어진 안쪽 바다 방면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