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국기(駕洛國記)」에 나타난 김수로왕과 허황후가 우리나라 국제결혼 제1호일 것이다.
보주태후(普州太后) 허황옥(許黃玉 33년~89년)은 아유타국(阿踰陀國) 공주로 16세의 나이로 하늘이 내린 배필을 찾아 48년 20여명의 수행원과 함께 붉은 돛을 단 큰 배를 타고 장장 2만 5천리의 바닷길을 헤치고 가야로 와 왕비가 된다.
그 이후 140여년을 해로하면서 아들 열명과 딸 둘을 낳았는데 첫째는 금관가야의 제2대 거등왕(居登王)이 되고, 두 아들은 자신의 성(姓)을 따르게 하여 허씨가 되고, 나머지 일곱 왕자는 불가(佛家)에 귀의하여 지리산에서 성불(成佛)하게 된다.
허황옥의 출현은 당시 남방국가와의 교역 뿐 아니라 불교의 전래와 차(茶)의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영향이 매우 크지만 아직까지 가야(伽倻)가 국가로서의 공인을 받지 못하는 역사적 모순은 언젠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경상남북도 농어촌 총각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남성 가운데 농업과·어업에 종사하는 8천59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결혼 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 모두 3천525명(41%)이 국제결혼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 가운데 경남이 1천39명 중 547명(52.6%)으로 가장 많았다. 이 정도면 국제결혼은 이미 결혼문화의 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수많은 혼혈아와 양공주의 슬픈 기억과 편견 때문에 외국인과의 결혼은 그동안 흉하게 여겨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자연스러운 시대적 사회상으로 거부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최소한 남녀간의 인격적인 감정 없이 타국 여성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미숙함부터 고쳐야 한다.
옛날 민며느리처럼 일손 하나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거나, 2세를 얻기 위한 동물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이 땅의 아내가 되고자 한국을 찾은 베트남 여인을 때려 숨지게 한 비정한 남편의 야만성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