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전령사(傳令使)
부활의 전령사(傳令使)
  • 거제신문
  • 승인 200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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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강/옥포교회 목사

거제의 봄날은 차가운 바람이 있지만 동시에 남녘의 따뜻함도 있습니다. 특별히 쪽빛 바다 옆에 이미 피어 만개해 있는 공고지의 수선화는 봄의 전령사처럼 느껴집니다.

바다 바람에 가볍게 몸을 흔들고 서 있는 노란 수선화에게서 나는 세미한 음성을 듣습니다. 겨울은 이미 지나갔고 생명력이 약동하는 봄이 이미 왔다구요.

그러고 보니 우리 곁에는 봄의 전령사들이 많이 있더군요. 산수유, 개나리, 매화, 목련, 풍년화 같은 봄의 전령사들입니다. 이 봄의 전령사들에게서 죽음과 같은 춥고 어두운 겨울이 지나갔고 봄이 왔음을 전해 듣는 것은 기쁨입니다. 복음입니다.

부활절을 기쁨과 환희속에 지냈습니다.

부활절은 십자가의 고난, 수욕, 침뱉음, 저주, 아픔을 이기시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놀랍고 신비한 사건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이제 이 땅을 죄와 사망의 권세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왕되신 주님께서 다스리심을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부활의 첫 열매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이 무덤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부활이 있음을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죽음을 향해 두려움, 불안, 근심,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실존이 주님께서 허락하신 부활의 기쁨과 소망으로 채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부활의 신비와 능력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소망이 되고 능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부활의 신비에 참여한 사람들보다는 죽음의 두려움과 죄의 굴레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들은 부활의 전령사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른 봄추위를 이기고 언 땅을 뚫고 나와서 겨울이 지났음을 알리기 위한 전령사의 역할을 감당하는 봄꽃들처럼, 부활의 전령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속에 죄와 죽음의 어두움 두려움 절망 공포 허무 한숨 실망 분열 아픔이 이미 부활의 능력과 신비 앞에 무릎 꿇었음을 선포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합니다.

봄꽃의 위대함은 차가운 땅을 뚫고 올라온 연약한 몸이 그 안에 있는 생명력으로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는데 있습니다.

부활의 전령사로 살아가는 우리 부활 신앙의 위대함도 그렇습니다. 부활신앙인들의 위대함은 많은 말들과 세상의 주목을 받는 삶과 성공적인 인생에 있지 않습니다.

부활신앙인의 위대함은 우리 속에 있는 크고 작은 두려움과 어려움과 절망을 이기고 삶 속에 기쁨과 소망의 꽃을 피우는데 있습니다.

부활 소식에 압도된 부활의 증인들처럼 부활 신앙의 능력에 압도된 부활의 전령사들이 됩시다.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부활의 생명력을 간직한 부활의 전령사들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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