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175건에 예상피해액 32억7100만원 달해

거제를 비롯한 진해만 일대 해역에서 양식 홍합과 굴·멍게가 집단 폐사하고 있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현재 거제시가 파악하고 있는 폐사 건수는 멍게 74건, 굴 52건, 양식홍합 48건, 가리비 1건 등 총 175건에 예상 피해액만 32억7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피해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어민들에 따르면 양식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거제시 관할 멍게양식장 130건 중 현재까지 57%인 74건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폐사율도 50%에 이른다.
양식홍합의 경우는 70% 정도가 폐사했고, 폐사는 계속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양식어민은 "양식장에는 부패한 홍합에서 나오는 악취가 코를 찌른다. 수확을 앞뒀지만 산소가 없어 숨을 못 쉬니까, 폐사가 일어나 빈껍데기만 올라오고 있다. 인근 진해만의 굴과 멍게양식장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예년의 경우에도 양식 패류 폐사가 간간히 있어왔지만 올해는 발생 지역과 규모가 예년보다 훨씬 크고 폐사 원인조차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거제시와 국립수산과학원은 현장조사를 거쳐 원인규명에 나섰으며, 현재까지 폐사원인을 빈산소수괴(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추정되는 이상조류에 따른 집단폐사로 보고 있다.
앞서 시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지난 6일 남동해수산연구소·수산안전기술원·수협 등을 중심으로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현장확인을 통한 구체적인 피해조사를 벌였다.
13일에는 진해만 어업피해 발생해역에서 신속한 복구 및 지원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폐사의 원인은 빈산소수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며, 남해안 중에서도 특히 진해만 주변이 심각한 상태다.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 즉 용존 산소량이 리터(ℓ)당 0.4~2.18㎎으로 기준치인 3㎎을 크게 밑돌고 있다. 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수의 양이 많아져 바다 표층의 염분 농도가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바닷물 산소 부족은 수온이 낮아지는 초겨울(11월)쯤 해소될 것으로 보여 피해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년 이상 홍합 양식업에 종사한 어민 등에 따르면 홍합 폐사는 매년 있었지만, 올해처럼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규모로 폐사한 것은 처음이다. 어민들은 당장 올 홍합 농사를 망치면서 입은 피해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폐사 원인으로 추정되는 빈산소 수괴는 보험적용도 되지 않는다. 수협보험은 태풍·강풍에 의한 피해만 보상이 되고, 나머지는 특약을 들어야 하지만 보험료가 비싸 가입하지 않은 어민이 태반일 것이라고 전했다.
원인이 빈산소수괴로 밝혀질 경우 농어업재해대책법에 최대 50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입식신고를 한 어민에 한해 지급할 수 있어 입식신고를 하지 않은 어민들은 지원금조차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거제시 어업진흥과 관계자는 "폐사는 7월말부터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도 계속해서 피해 발생하고 있어 정확한 파악은 끝나지 않았지만, 피해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빈산소수괴로 인한 폐사는 피해 규모에 따라 입식신고를 한 어민에 한해 1인당 최대 5000만원과 대출금 상환일 연기·이자 감면 등의 지원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어업 피해 복구절차는 피해 신고·피해 원인조사·정밀조사를 통해 복구 지원이 이뤄진다. 피해 원인에 따라 농어업 재해대책법에 따라 재해 복구비 또는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에 의한 지원이 이뤄진다.
한편 산소부족 물덩어리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3㎎/ℓ 이하인 물덩어리를 말한다. 해수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내만에서 표층과 저층의 수온차가 큰 시기인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표층수와 저층수가 수온이 달라 층(경계)을 이루면서 잘 섞이지 않을 때 표층의 산소가 저층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저층에서부터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생긴다.
진해만은 거제도에 갇혀있는 내만이어서 해마다 5월 말 경에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발생해 가을철 소멸되는 해역이다. 그러나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양식생물이 대규모 피해를 입기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