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산소수괴‧고수온 주의보 이어 적조 발생도 우려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덩어리)’에 의한 양식수산물 떼죽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역대 가장 긴 장마 이후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 덩어리)’에 의한 양식수산물 떼죽음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진해만 일대에 고수온 현상까지 겹쳐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마가 끝이 나면서 일사량이 증가해 유해성 코크로디니움 적조생물의 성장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빈산소수괴는 진해만 일원에서 양식중인 굴·가리비·홍합·미더덕·멍게 등이 품종을 가리지 않고 폐사해 피해를 눈덩이 크게 불리고 있다.
지난 18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께부터 진해만 일대 해상 양식장에서 이상 조류로 인한 집단 폐사가 계속되고 있다.
신고된 피해현황은 총 189건에 36억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양식 굴 피해가 64건에 16억7000만원(연승 100m·기준 2940줄), 홍합 480건에 2억600만원(1501줄), 멍게 76건에 17억7100만원(966줄), 가리비 1건에 2600만원(25줄) 등이다.
피해 양식장의 굴과 홍합의 경우 수하연(줄)을 끌어올리면 알맹이는 온데간데없이 껍데기만 남았고, 멍게·미더덕 같은 껍질이 얇은 피낭류는 형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아내리고 있다.집단폐사는 거제·창원·통영시와 고성군 등 진해만 일원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거제시의 피해가 가장 컸다.
경남도에 따르면 진해만 일원에는 2229㏊에 양식장이 허가돼 있으며, 이중 78㏊(31.8%)에 피해가 발생했다.
지금도 폐사가 진행 중이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멍게는 폐사 확인이 늦어 최근에야 집계를 시작한데다, 일단 피해가 발생한 어장에선 입식량의 80~90%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민들은 역대 최장 장마로 인한 바다 속 산소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양식 수산물의 경우,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가 3㎎/ℓ이하로 떨어지면 폐사한다. 피해가 집중된 진해만 일대 산소 농도가 이보다 낮은 0.38~2.70㎎/ℓ에 머물고 있다.
이는 최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바다 표면과 저층의 염분 농도 차가 커지면서 그 경계에 산소농도가 낮은 물덩어리(빈산소수괴) 층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진해만에는 이 층이 최고 20m 두께로 분포하고 있다. 10m 안팎이던 예년의 2배다. 태풍이 지나가며 바닷물을 섞어 주면 희석되는데, 올해는 이마저 없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어민들은 매년 빈산소수괴로 인한 크고 작은 폐사가 발생하지만, 올해처럼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멍게 양식어민들은 “전량 폐사나 다름없다. 근래 들어 제일 심각하다. 본격적인 피해 조사가 시작되면 얼마나 (피해규모가)늘어날지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새끼부터 종패까지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다. 내년 출하는 고사하고 최소 2~3년은 멍게 수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폐사에 대해 정부가 복구비를 일부 지원하지만, 지원 대상이 아니거나 지원 한도도 5000만원에 불과하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면 실손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 부담 탓에 영세 어민들에겐 언감생심이다.
보상 한도 10억원을 기준으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합쳐도 어민이 내야 할 보험료가 1000만 원 안팎이다. 보장 기간 1년에 낸 보험료는 돌려받지 못하는 소멸성 보험치곤 적잖은 금액이다.
게다가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물 떼죽음 피해가 빈번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가입자가 늘고 손해율이 급증하자 보험 판매사인 수협중앙회가 보험료를 종전 대비 33%나 인상해 부담이 더 커졌다.
폐사 원인으로 추정되는 빈산소수괴는 보험적용도 되지 않고 특약에 가입해야하기 때문에 양식어민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또 원인이 빈산소수괴로 밝혀질 경우 농어업재해대책법에 최대 50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입식신고를 한 어민에 한해 지급할 수 있어 입식신고를 하지 않은 어민들은 지원금조차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거제시 어업진흥과 신상옥 과장은 “현재로선 입식신고를 하지 않은 양식어민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없지만, 우선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있어 피해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신속한 피해조사를 토대로 폐사 원인이 규명되는 즉시 복구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수온 주의보를 상황이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적조 발생에 대비해 살포할 황토를 준비하는 등 방제대책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부산 가덕도 해역에서 처음 관찰된 무해성 적조생물인 세라티움이 띠를 이루며 7월 말 남해안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지금도 남해안에서 산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과학원은 장마가 끝이 나면서 일사량이 증가해 유해성 코크로디니움 적조생물의 성장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해성 적조는 매년 남해안 해상가두리의 양식어류를 덮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불청객이다.
한편 고수온 주의보는 해수온이 28도 이상일 경우에 내려진다. 제주도 남단 해역에서는 최고 30도가 넘어섰다. 고수온도 적조와 함께 양식어패류의 집단폐사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자연재해여서 양식어민들이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말 고수온 관심단계가 발령된 이후 국립수산과학원·지자체와 함께 권역별 현장대응반을 가동하며 양식어가에 사육밀도 및 사료공급량 조절, 면역증가제 공급, 출하 독려 등 어장관리 요령을 지도하고 있지만 찜통더위에 어민들은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