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실의 교훈
영국왕실의 교훈
  • 거제신문
  • 승인 200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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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춘 칼럼위원

영국의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해리(3) 왕자가 흉폭한 탈레반의 교전지인 아프가니스탄의 최전선에서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 전 세상에 알려져 이목을 끈 사실이 있다.

해리 왕자는 지난해 12월말부터 아프간내 영국기지가 있는 남부 헬만드 주에서 탈레반과 싸우는 임무를 수행해 왔던 것이다.

이같은 해리왕자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지역에서의 복무는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다 한다’는 영국 왕실의 전통에 따른 것이다.

해리왕자 얘기뿐만 아니라 영국왕실의 지나온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관한 감동깊은 일화는 무수히 많다.

영국 왕실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2세(81)는 공주시절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트럭운전병으로 복무했으며, 찰스왕세자는 1970년대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한 사실이 있다.

또 찰스왕세자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는 헬기 조종사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으며, 동생인 에드워드는 해군에 복무했었다.

이외에 교훈적인 얘기는 또 있다. 왕실과 관계되는 사람 모두가 국방의 의무나 눈부신 봉사활동으로 감동을 주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86)의 경우 2차 대전에 참전해 조국을 위해 싸웠으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찰스 황태자의 부인이었던 다이애나비의 ‘대인지뢰 금지운동 및 에이즈 구호활동’은 전 세계 지구인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한 떨기 꽃송이처럼 남아있다.

이 같은 영국 왕실의 전통은 국가나 인류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군 복무 기피증’을 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큰 교훈이 될 만하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왕실의 가슴 뭉클한 전통은 대한민국 지도층과 권력지향적인, 또 가진 자들에게 큰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어떻게 된 나라인지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 등 최고 권력층에 속한 사람들부터 청문회 등을 통해 문제가 터졌다 하면 군 면제 등 병역과 관련돼 시작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오랜 전통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나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강국인 영국 왕실에 비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왜 군 면제를 받았나요”라는 답변에 몸무게가 모자라고, 눈이 나쁘고, 지병이 있어 군대에 가지 못했다는 말을 이제는 그대로 믿어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15명의 장관 가운데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무려 5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나온 예를 보더라도 대한민국에서는 유달리 권력층과 재벌가의 자식들은 병역의무 기피의혹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는데도 어디가 그렇게 아프고 문제가 많은지 납득할 수 없다. 권력이 있고 재벌이 있으면 의식주는 물론 병원의 의료혜택도 훨씬 많을 것인데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더니 지금껏 우리나라 병역문제도 ‘유전면제(有錢免除) 무전입대(無錢入隊)’라는 등식이 존재해 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의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해놓고 권력에는 왜 그렇게 눈이 어두운지 묻고 싶다. 국민의 냉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자손대대로 고향을 지키며 어렵게 살아온 시골마을 청년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병역의무를 마쳤다. 돈도 없고 빽(?)도 없어 할 수 없이 군대에 갔다왔기보다 국민이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마쳐야 한다는 순수함이 가슴속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흘 동안 샤워 한 번 못했고, 빨래는 일주일째 건너뛰고 있지만 보통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해리 왕자를 향해 영국 국민들은 한마디로 “자랑스럽다”고 표현하고 있다. 목숨까지 위태로운 전선에서도 해리 왕자는 위험보다 조국인 영국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영국 왕실은 영원할 것이며, 나라는 해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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