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9월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의 화제는 경기보다 북한에서 온 미녀 응원단에 있었다.
만경봉호를 타고 부산에 온 250명의 미녀 응원단은 키 165㎝ 내외의 23세 전후 처녀들로 관중들은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이들을 보기 위해 운동장은 북새통을 이루었고, 대회기간 내내 신문 방송조차도 그들을 따라다녔다.
그러다보니 북한 응원단은 사라지고 북한 아가씨들만 남았고, 사람들은 모두 「남남북녀」라는 지방 특색에 대한 검증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남남북녀란 국어사전에 「우리나라에서 남자는 남쪽 지방 사람이 잘나고 여자는 북쪽 지방 사람이 고움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징성을 위해 성화의 마지막 주자도 남남인 하형주와 북녀인 계순희가 봉송했다.
「남남북녀」라는 말은 일제 때 민족문화운동에 일생을 바친 민속학자 이능화(李能和, 1869-1943)가 쓴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에 나온다.
지형이나 기후 조건으로 추운 북쪽지방에는 피부가 희고 갸름한 얼굴형에 허리 긴 여자가 많았다면, 남쪽은 까무잡잡한 피부색에 널찍한 얼굴의 남자가 많았던 탓이라고 했다.
서양에 있어서도 금발에 피부가 창백할 정도로 흰 북구계통의 여자와 검은 머리에 검고 건강한 피부를 지닌 지중해 연안의 라틴계 남자를 선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판소리 가루지기타령에서 평안도 월경촌의 음녀(淫女) 「옹녀」와 대물(大物)의 상징인 경상도 함양 지리산에 살던 잡놈「변강쇠」로 설정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어느 결혼정보회사에서 20세 이상 성인남녀에게 「북한남녀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미혼남성 64%가 북한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미모가 23.2%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지난 4월 1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남한 인구는 남자가 여자보다 많고, 반대로 북한은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데 양쪽을 합치면 남녀 성비비율이 거의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하니 역시 통일은 그래서라도 필요한 것 같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