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조명탑 고공농성…203일만에 풀어
대우조선 조명탑 고공농성…203일만에 풀어
  • 백승태 기자
  • 승인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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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합의사항 비공개…별다른 불상사 없어 안도
지난 6일 강병재 의장이 조명탑에서 회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내려오고 있다
지난 6일 강병재 의장이 조명탑에서 회사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내려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조명탑에 올라가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여온 50대 노동자가 203일만에 농성을 풀었다.

지난해 6월15일 새벽 50m 높이 조명탑에 올라간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하노위) 강병재(58) 의장이 지난 6일 오후 6시20분께 농성을 중단하고 조명탑을 내려왔다.

강씨는 현장에서 대기하던 앰블런스로 곧바로 인근 대우병원으로 후송돼 건강진단을 받았으나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가 이날 농성을 푼 건 대우조선협력사협의회와 합의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양측이 비공개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씨는 지난해 5월28일 사내 협력업체 폐업 예고에 ‘솎아내기식 폐업’이라며 대량 해고된 하청 노동자의 고용 보장과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7일간 조명탑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후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으로 합의안이 마련됐고, 지난해 6월2일 “고용 승계 희망자 강병재 외 8명을 기존 근속·임금·근로조건 저하 없이 다른 협력업체로 고용 승계한다”고 합의했다. 강씨도 합의안에 동의해 즉시 고공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강씨는 지난해 6월15일 새벽 “합의사항 불이행에 분노한다”면서 다시 조명탑에 올라가 지금까지 농성을 벌여왔다. 지난해 12월말부터는 강씨가 일체의 음식을 끊고 단식에도 들어가는 등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 의장은 지금까지 사측에 “고용 승계 희망자 9명에 대해 합의대로 기존 근속 인정, 임금 삭감 없는 수평이동 고용승계 실시”를 요구해 왔다.

이날 강씨가 조명탑에서 내려오자 구급진을 비롯한 송오성 경남도의원(거제2)과 하청노동자·회사 관계자 등 40여명이 일시에 몰려들어 주변이 소란해지기도 했다.

강씨의 고공농성은 이번이 네번째다. 2011년 협력업체 폐업으로 인한 해고에 맞서 송전탑에서 88일간에 이어, 2015년에는 70m 크레인에 올라가 166일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동안 상황을 관리해 온 경찰도 장기 고공농성이 별탈 없이 마무리되자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거제경찰서는 지난해 6월 강씨가 고공농성에 들어가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매일 밤늦게까지 정보상황을 관리하는 경찰을 배치하며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강씨 후송 장면을 지켜본 후 상황을 정리하던 한 경찰관계자는 “코로나19와 침체된 조선경기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장기 고공농성으로 당사자 건강은 물론, 혹시라도 모를 불상사에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해 원만히 합의에 이르게 됐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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