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빠른 착공 필요…피해·요구 무시돼선 안돼"

남부내륙철도 개설공사로 견내량에 다리가 놓이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견내량 돌미역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5일 거제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남부내륙철도(KTX)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남부내륙철도 노선안에 따르면 통영 용남면 연기마을과 사등면 광리마을을 잇는 견내량 해간도 인근을 지나는 다리가 새로 놓인다.
그러나 주민들은 국토부 계획대로 교량을 건설할 경우 수년에 걸친 해상공사로 오염이 심화돼 이곳에서 자생하는 돌미역 서식지가 훼손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거제대교와 신거제대교 건설공사로 인해 견내량 돌미역 서식지가 훼손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어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준공된 해간연육교 공사 이후에는 인근에서 자라던 돌미역이 폐사하는 등 멸종위기에까지 이르렀던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주민들은 싹이 말라가던 견내량 미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예산지원을 받아 지속적인 복원사업을 벌인 결과 5년 전부터 수확량이 늘고 있는데, 또다시 교량공사를 강행할 경우 미역 서식지가 훼손돼 미역채취로 생업을 이어가는 어민들은 손을 놓아야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견내량에서 미역을 공동 채취하는 거제·통영 어민들은 앞서 수차례 회의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키로 했다.
사등면 광리마을 조정열(47)씨는 "계획대로라면 견내량에 교량이 생긴다. 견내량에는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돌미역 채취 현장이 있다"며 "앞서 통영 연기마을과 해간도를 잇는 작은 다리를 놓고 난 뒤 3년간 미역이 자취를 감췄다. 이번에 더 큰 교량이 들어서면 또다시 종적을 감추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견내량 돌미역은 '트릿대'라는 긴 장대를 이용해 채취하는 전통 어업방식을 고수하며 자원을 보호하고 있고, '견내량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돼 체계적으로 보존·계승하고 있다"며 "남부내륙철도 개설도 중요하지만 전통 유산과 어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거제시 수산관계자는 "거제시민 대다수가 하루빨리 고속철도가 들어오길 바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민들의 피해와 요구가 무시돼선 안된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절차와 검토가 남아 있는 만큼 국토부 등이 면밀히 검토해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